[마이너리티의 소리] 성매매 여성 인권 귀기울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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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나서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성매매된 여성들의 삶을 제대로 읽어내야만 할 때다.

우리 사회의 성매매 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 지나치게 두루 퍼져 있다. 정확한 실태조사는 돼있지 않지만 전국에 퍼져 있는 40만여개가 넘는 유흥업소에 1백50만명을 넘어서는 종사자들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매매춘의 문제는 이제 누가 특별히 건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터져 버릴 듯이 농익어 있는 상황이라 침묵의 언어는 어떻게든 드러날 것이다.

누구의 사주를 받았건 다른 저의를 지녔건간에, 경찰의 과잉단속에 항의하는 예고편을 시작으로, 특정 부분에 머물지 않고, 삶 전체로 저항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어떤 이는 차라리 공창제도를 도입해 사각지대에 있는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낫지 않으냐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또 성적 서비스 수요자와 성 상품을 공급하는 무리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세금 낼 테니 떳떳하게 장사하게 해달라며, 돈 되는 아가씨장사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창제도는 문제가 있다. 지문날인이 인권을 유린한다며 주민등록조차 포기하는 자유인들도 있는데, 윤락녀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어 인권을 보호하겠다니 말이나 되는가.

인권은 그녀가 공창으로 공인될 때 보장되는 공창권이 아니라, 그가 어떤 경우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권리다.

이미 도덕성을 상실한 사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면 자신의 의무를 방기하게 된다. 우선 우리는 성매매된 당사자 여성에게 그 경험이 무엇이었는가를 직접 물어, 거친 숨결 뒤에 숨겨진 차원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추듯이 생명의 춤을 함께 춰야 한다. 그제서야 우리는 인권, 즉 우리의 몸을 스스로 지킬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욕망의 상품화라는 필연성과 여성에 대한 가장 처절한 폭력을 근절한다는 가능성의 관계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는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절제와 우리 안에 있는 감춰진 힘, 용기밖에 없다.

만일 우리의 욕망이 다른 인간 자체를 위협할 때는 그 해악의 한계를 정하고, 욕망의 힘을 제한해야 한다. 우리는 성욕 자체가 본디 그런 것이라는, 질 나쁜 정의가 필연적인 것처럼 만들어버린 필요악이라는 폭력의 횡포를 어떤 근거로도 정당화시킬 수 없다.

인간의 가능성은 필연성이 갖는 온갖 폭력적 요소를 녹여낼 수 있다. 또 억압받는 자만이 갖는 깊은 영성과 우리 안에 숨겨진 힘은 무의식중에 당연시되면서 스스로를 얽어매는 문화적 습관을 새로운 습관으로 바꾸는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적어도 우리는 이를 믿기에 이미 위험수위를 벗어난 참담한 현실 앞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현재로선 매매춘 근절을 위한 아주 작은 가능성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고단한 우리 여성들의 삶과 헤아릴 길 없는 자연에 바치는 뜨겁고도 차디찬 담금질이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김미령 <한소리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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