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희정 우광재, 정치적 시련·불운 딛고 재기 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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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사 경합 안희정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가 2일 선거사무실에서 기뻐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과 오른팔’. 민주당 안희정(45) 충남지사 후보와 이광재(46) 강원지사 후보를 일컫는 말이다. 이 ‘좌희정 우광재’가 6.2지방선거에서 나란히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는 2일 밤 11시 20분 쯤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로부터 당선 축하 화환을 받았다. 안 후보는 3일 오전 2시 현재 41.7%로,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40.5%)를 앞섰다. ‘좌희정 우광재’가 출마한 곳은 이전까지만 해도 각각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의 아성이었다. 지난 네 번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나 친노계가 승리한 적이 없는 곳들이다. 이들은 ‘노무현’외에도 ‘인물론’과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안희정 후보는 이번에 처음으로 공직 선거에 나왔다. 고려대 운동권 출신으로 89년 김덕룡 의원과 일하면서 정계에 나온 그는 1994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해 “정치적 동지”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대선 자금 수사로 구속된 이후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어떤 공직도 맡지 못했다. 2008년 18대 총선 때도 이 전력이 문제가 되는 바람에 공천에서 배제됐다. 그런 안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충남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라는 점을 적극 내세웠다.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를 겨냥한 듯 “2인자 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인물론을 내세운 참신성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 박상돈 후보와 접전을 벌일 수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안 후보는 “참여정부 5년 동안 충남은 어느 때보다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세종시 무효화, 수도권 규제완화 등으로 모든 것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안 후보는 2일 밤 개표 결과를 지켜보며 “충청도민이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원지사 당선 이광재 민주당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가 2일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도 ‘차세대 인물론’을 들고 나왔다. 연세대 83학번으로 노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그는 2003년 ‘노무현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으로 일했다. 이후 평창에서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 후보는 선거전에서 “10년 뒤 성공한 강원지사로 강원도를 대표해 대통령 후보에 도전하겠다”며 도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파고들었다. “언제부터 강원도가 경상도와 전라도에 밀려 기타(其他) 도로 전락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그는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정계 은퇴 선언까지 했었다. 그러나 당의 권유를 받아들여 출마한 그는 슬로건을 ‘일 잘하는 도지사’로 정했다. 국회의원 시절 얻어낸 대형 지역 사업 등도 실적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이계진 후보의 축하를 받자 “저의 승리가 아니라 강원도민의 승리”라며 “소외받지 않는 강원도, 서럽지 않은 서민, 일자리·복지·교육에 강한 강원도를 만들려고 한다.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 이병완은 구의원에=노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후보(55)가 광주광역시 서구의 구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구 의원이나 시 의원은 벼슬이 아닌 봉사하는 명예직”이라며 “그 취지를 살려 생활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백일현·선승혜 기자
광주=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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