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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학술교류 늘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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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중국은 우리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체제와 이념은 달라도 지리적.역사적으로 한.중은 서로를 부정하면서 살 수 없는 관계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들의 속내를 여간해서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자신들이 잘못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설혹 그것이 분명한 사실일지라도 공식적인 국가의 해명이나 설명과 어긋나지 않는 의견은 아예 발설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무섭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진짜 속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인 학자들이 국수주의적 또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중심의 입장에서 벗어나 점차 객관화하고 합리적인 방향의 분석을 모색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지난 11월 11일과 12일 베이징(北京)대학에서 20여명의 한국과 중국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된 제5차 한.중 한국전쟁 학술회의는 중국 학자들의 이러한 변화된 시각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한국전 기원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이미 2000년 단둥(丹東)회의에서 1950년 6월 25일의 전쟁은 김일성이 일으킨 '조선전쟁'이고, 그해 10월 25일부터의 전쟁은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전쟁은 북한의 '기습전쟁'이라는 데 대해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는 등 한국전쟁의 성격에 대해 그들 입장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간 해석을 내놓았다.

또한 중국은 한국전쟁 참가의 이유를 중국 국경으로 다가오는 미군에 대항해 참전했고, 이는 중국 동북부 지역의 안전을 위해 북한의 패전 또는 붕괴를 묵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명확히 해 중국이 현재의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북한 정세의 급변시 중국이 어떠한 태도를 보여줄 것인지를 우회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중국 학자들은 북한의 패전 후 잔존 세력이 중국으로 유입되면 중국 동북부 지역에 소수민족 문제가 크게 불거질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패배한다면 중국 동북부에 북한의 망명정부가 수립될 것이고 북한병사 3만명 정도가 유입돼 중국의 100만 조선족이 집결.세력화되면 중국이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북한정부가 북한에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의 한반도 위기 상황시 중국이 보여줄 태도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전쟁 때도 개입은 했지만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시킬 의도는 없었고, 북한지역에 북한정부를 회복시키는 것이 전쟁의 목적이었다. 따라서 중국은 전쟁의 국지화, 즉 제한전을 추구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의 가공할 만한 무기, 특히 핵무기를 매우 두려워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파병 당시 미국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위협을 느껴 국경지역과 공업지역에 대해 핵무기 대비 조치를 내렸고, 핵무기 지식에 대한 소책자를 제작해 과학자들에게 보급했다고 한다.

중국은 북한의 패전을 막기 위해 한국전에 참전했지만, 자국의 안전을 제1의 목표와 이유로 삼았기 때문에 북한과 썩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경우에 따라 양국의 관계는 심각한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조.중연합사령부 사령관직을 둘러싼 김일성과 펑더화이(彭德懷)의 갈등, 북한의 철도관리권을 둘러 싼 양국 간의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북한이 중국에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중국의 전투 상황 파악이 매우 늦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학술대회 등을 통하지 않으면 우리의 추론 정도로나 가능한 것이다.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중국이지만 이처럼 학술대회나 민간교류는 중국의 속내를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김계동 한국전쟁연구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