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세진 야당 … 4대강·세종시 수정안 ‘암초’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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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이겼다기보다는 한나라당과 정부가 졌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뚜렷한 정책 대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독주견제론’이 유권자들에게 크게 먹혔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두 달 동안 이어진 천안함 사태로 인해 조성된 전쟁불안감도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보는 이번 선거의 의미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

민주당이 약진한 건 이번 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촛불시위 정국 이후 한나라당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있었는데 개선이 안 됐다. 민주당의 정책공약이 빈약했기 때문에 정책대결 선거라고 하긴 어렵다. 한나라당이 이미지 관리에 실패한 결과다. 야당의 약진이 분명하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 야당의 정책에 대해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게 국민의 요구다. 교육감 선거 역시 평준화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는 걸 보여줬다. 그것도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 같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

이번 선거는 ‘균형에로의 복귀’라고 생각한다. 2006~2008년까지 지방선거·대선·총선에서 진보가 세 번이나 완패했다. 거기에 대한 피로감이 있을 것이다. 이번엔 일방적 독주보다는 보수 대 진보의 균형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표현된 것 같다.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다. 교육감 선거도 그걸 반영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강경드라이브를 고수하기보다는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

견제 심리가 발동한 선거다. 한나라당이 몇 차례 선거를 다 이기면서 행정·입법·지방권력까지 독식했다. 민주당은 너무 약해졌다. 권력이 지나치게 한 곳에 집중되면서 나타난 오만함이나 독선을 국민이 견제하려 한 것이다. 4대 강 등 일방향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반감과 우려의 민심이 표출됐다. 서울 교육감 선거는 공정택 효과로 보수의 도덕성 불신 영향이 컸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선거의 메시지는 너무 한쪽 방향으로 끌고 갔다는 것이다. 당장 박근혜 쪽을 어떻게 끌어안을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반면에 야권은 면모를 일신할 계기를 찾았다. 4대 강·세종시를 둘러싼 공방도 치열해질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지방선거는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고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담화 이후 강경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젊은 층으로부터 반감을 샀다. 전쟁이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북한이 잘못했는데도 국민의 반감을 샀다.

장훈 중앙대 교수

여당이 중간선거에서 고전한다는 패턴이 반복됐다. 과거에는 경제 문제나 정치 문제가 선거 이슈였지만 이번엔 천안함 사건이 있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을 유권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은 것이다. 여당의 전반적 정국 관리 운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것이다.

이철재·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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