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투자자 몰리지만 낙찰가격은 되레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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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지난달 27일 수원지방법원 경매14계. 감정가 8억5000만원인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대림아파트 전용면적 164㎡형이 5억1788만원에 낙찰됐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응찰자는 몰렸지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수도권 경매 평균치보다 한참 낮은 6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보통 응찰자가 늘어나면 경쟁이 치열해 낙찰가도 상승하지만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요즘 경매 시장에서는 사람은 몰리나 낙찰가율은 떨어지는 ‘이상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 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4.78명으로 전달(4.52명)보다 많아졌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좀 더 싸게 내 집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경매 에 몰리면서 응찰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낙찰가율과 낙찰률(경매건 대비 낙찰건 비율)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낙찰가율은 평균 78.51%로 전달(80.81%)에 비해 2.3%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8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5월 낙찰률도 31.39%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무조건 낙찰을 받는 게 최우선이어서 응찰자가 몰리면 낙찰가율도 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침체기에 응찰자는 고가 낙찰을 피하고 무조건 싸게 사려는 경향이 강하다. 경매는 유찰 때마다 최저가(최초 감정가)에서 20%씩 내려 진행한다. 유찰될수록 경매 시작가가 떨어지므로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유찰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하지만 낙찰가율이나 낙찰률이 높아지긴 어렵다. 사람들이 싼 물건에만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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