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제품, 한국과 미국 가격 비교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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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 김씨. 휴가를 얻어 LA에 있는 친구네 놀러왔다. 무비자 덕 첫 미국 나들이.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고 있던 어느 날, 집에 먹을 게 떨어져 친구와 한남체인으로 장을 보러 갔다.

명품, 유명 브랜드야 한국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럴수가. 쌀, 고기 등 먹을거리도 한국보다 쌌다. 미국에 온 김에 노트북 하나 장만해야지 하고 찾은 베스트바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한국에서 봤던 똑같은 삼성 제품인데도 미국이 더 쌌다.

문득, 다른 제품 가격이 궁금해졌다. 미국과 한국, 가격을 파헤쳐 본다.

◇TV 노트북 미국에서 = 전자제품은 미국이 한국보다 전체적으로 가격이 훨씬 싼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46인치 LED TV UN46C6300SF는 베스트바이에서 1529.99달러 세금을 포함하면 약 167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 돈으로는 193만원(환율 1150원으로 환산) 정도다. 한국 하이마트에서 같은 모델은 298만원이다. 무려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미국에서 파는 게 35.2% 싸다.


〈표2 참조>

노트북도 비슷하다. 삼성 R430의 경우 베스트바이에서 629.99달러 세금까지 계산하면 691달러 정도가 나온다. 원화로는 약 79만4650원이다. 똑같은 노트북이 그러나 한국 하이마트에서는 92만4000원이다. 13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미국이 13% 정도 싸다.

그렇다면 미국 수출용과 한국 내수용의 제품 사양이나 기능 재료 부품 디자인이 다른걸까? 아니다.

삼성전자 김세훈 과장은 "미국에 수출하는 같은 모델명의 제품 사양에는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같은 제품인데 왜 가격 차이가 날까?

김 과장은 "애프터 서비스(AS) 기간이 미국에서는 1년 한국에서는 2년으로 다르고 미국에서는 제품을 구입해 직접 설치하기 때문에 설치비와 운송비가 제품 가격에 포함돼 있지 않은 반면 한국에서는 이들 비용이 더해져 제품 가격이 미국과 비교해 비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유통구조가 달라 특정 유통업체가 명시한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갈비는 미국 소주는 한국에서 = 한국인이 주로 소비하는 먹을거리 21개 품목〈표1 참조>을 놓고 미국에서는 한남체인 한국에서는 이마트 식품몰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수입 가공식품만 단순 비교하면 미국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대표적인 수입 품목으로는 소주가 꼽혔다. 진로 참이슬의 경우 미국에서는 370ml짜리 1병이 2.99~3.99달러지만 한국에서는 360ml 1병이 1000원에도 미치지 않는다. 거의 4배가 비싼 것. 라면과 김치 고추장 간장 등도 수입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미국이 한국보다 2배 정도 비쌌다.

쌀의 경우 한국에서 들어온 경기도 임금님표 이천쌀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물론 미국이 비쌌으나 전체적으로 가주산 쌀이 한국산 쌀보다 쌌다. 같은 단립종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었다. 두부의 경우 같은 풀무원 브랜드이지만 현지 생산으로 미국이 더 쌌다.

반면 채소.과일.정육.생선.유제품 등은 미국이 저렴했다. 특히 갈비값이 크게 인상된 데도 불구하고 한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LA갈비의 경우 1파운드를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5.99달러 한국의 일반 한우는 2만800원으로 단순 계산해도 20달러가 넘었다.

배는 한국산 신고배를 기준으로 했기에 가격이 비슷했고 감자와 양파는 평소에는 미국이 5분의 1 10분의 1 가격으로 훨씬 싸지만 최근 이상기온 등으로 공급량에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이 올라 비슷하거나 한국보다 비쌌다.

이에 대해 한인 마켓 및 식품 유통 관계자들은 "수입에 따른 운임비 통관비를 비롯해 한국과는 다르게 적용되는 인건비 등으로 수입 제품은 미국이 비쌀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전체 장바구니 물가를 비교했을 땐 미국이 한국보다 20% 정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LA중앙일보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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