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잠깐 졸도했던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조지 W 부시(사진) 미국 대통령이 졸도한 원인은 무엇일까. 일부에서 말하는 질식은 아니다. 대개 수분 이상 숨을 쉬지 않아도 견딜 수 있을 뿐더러 이 경우에도 의식을 잃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시의 졸도에 대해 가장 유력한 의학적 설명은 혈관 미주(迷走)반사다.

목의 혈관을 따라 뇌에서 몸으로 내려오는 미주 신경이 자극될 경우 반사적으로 심장 박동이 급격히 떨어지고 뇌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감소하면서 졸도하는 현상이다.

미주 신경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부교감(副交感)신경으로 심장의 움직임을 둔화시킨다. 미주 신경이 자극되는 경우는 서너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부시의 경우처럼 프레첼 같은 과자를 급하게 먹다 잠시 식도에 걸리면서 목의 미주 신경을 압박한 경우다. 밀가루 과자인 프레첼은 천천히 먹지 않을 경우 목에 잘 걸리고 체하기 쉽다.

둘째, 갑자기 하늘을 한참 쳐다보는 경우다. 실제 에어쇼 등 비행기의 공중 곡예를 바라보느라 고개를 한동안 들었다가 목이 위아래로 팽팽해지면서 미주 신경이 자극돼 실신하는 사례가 있다.

셋째, 넥타이를 세게 매거나 와이셔츠 칼라를 목에 꽉 죄게 입는 경우다. 넥타이를 세게 매고 운전하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는 사례도 미주 신경이 자극되면서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뇌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한 데 원인이 있다.

이러한 혈관 미주 반사는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흔하므로 노인들은 어떤 경우든 목이 압박되는 상황을 피해야한다.

그러나 일부러 미주 신경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심장이 분당 1백회 이상 지나치게 빨리 뛰는 빈맥(頻脈)에는 심장을 느리게 하는 미주 신경 자극이 훌륭한 응급처치법이 되기도 한다.

홍혜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