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창하오-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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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일격필살 묘수 찾아내는 李9단

제2보 (25~37)=흑▲가 놓였는데도 창하오9단은 백△로 푹 뛰어들었다. 그러나 백△의 침입이 유력한 수라면, 그래서 흑의 대응수가 어렵다면 이 고바야시류(小林流) 포석은 '문제가 있는' 포석이 될 것이다.

李9단은 5분여를 심사숙고하더니 25로 붙였다. 엄밀히 말해 이 수는 기리(棋理)에 어긋난다. 기리에 따르면 내가 약할 때는 상대방에 기대는 것이 옳다.

반대로 공격할 때는 최대한 돌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돌이란 부딪치면 강해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선 25가 최강의 공격수라 하니 바둑에도 예외없는 룰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李9단은 창하오의 이같은 공격에 한번 고생한 일이 있다. 바로 삼성화재배에서의 일인데 당시 백을 쥔 李9단이 '참고도1'의 백1로 뛰어들자 창하오9단이 흑2,4로 공격해 왔던 것. 李9단은 타개 과정에서 심한 괴로움을 겪었다.

과연 백은 28부터 열심히 움직였으나 그냥 사는 수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38은 착각의 한수. 이 수로는 '참고도2'처럼 백1로 막아 패를 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38은 패를 내더라도 A의 맛을 최대한 노리겠다는 의미였는데 여기서 李9단이 일격필살의 묘수를 찾아낸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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