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대 못미친 실적…당분간 숨고르기 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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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가 활력을 잃었다. 이들의 상승행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증시도 휘청거리고 있다. 두 종목의 주가 향방을 살펴 본다.

16일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발표에 실망해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삼성전자가 내놓은 실적이 예상치를 약간 밑돌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1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들은 15일에도 1천5백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주는 이틀간 8.6%(2만8천5백원)가량 떨어졌다.

국내외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나빴다기 보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너무 컸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당분간 조정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이 예상외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 주가는 시간이 갈수록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조정국면 예상=당초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주당순이익(EPS)을 1만7천원~2만4천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EPS는 1만7천원선을 약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이틀간 삼성전자를 대거 팔아치운 것은 그동안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 외국계 증권사들은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보다 목표주가를 높게 제시했다.

골드먼삭스 권준 이사는 "4분기 실적은 그다지 좋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30만원선이 무너지면 삼성전자는 27만원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임홍빈 애널리스트는 "3개월 넘게 오른 만큼 조정을 받을 때가 됐다"며 "그러나 반도체값이 오르고 이로 인해 반도체부문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월가에서 정보기술주에 대한 경계경보를 울린 점도 삼성전자에 부담을 주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예상치는 웃돌았지만 2000년 4분기에 비해서는 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그 계기다.

이로 인해 월가의 전문가들은 "예상외로 반도체 경기가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예상되는 호재=D램 가격과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의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이 큰 호재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고정거래선 가격을 70%가량 인상했다.

또 D램에 앞서 가격이 올랐던 TFT-LCD는 지난해 4분기에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부문이 이르면 이달중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증권 임 팀장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부터 고정거래선 가격을 인상한 만큼 1월중 반도체 부문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도 반도체 부문 흑자전환 시기를 당초의 2분기에서 1월로 앞당겼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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