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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특별구] 밑그림 없이 그때그때 삽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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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남 지역은 1960년대 중반 개발 초기부터 땅 투기와 땅값 상승의 발원지였다. 정부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투기억제 대책을 내놓고선 잇따라 굵직한 개발 계획을 발표해 결국 땅값이 치솟았다. 그 결과 '투기→개발→투기→개발'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래도 이제 강남은 수도 서울의 메카다. 서초동에는 법원.검찰청사가 자리잡았고,테헤란로를 중심으로 금융기관과 벤처가 밀집한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됐다. 정부가 성장산업으로 꼽는 고부가 서비스업도 강남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다.

아파트 값이 오르고,교통이 복잡하며, 사설학원이 진을 친다고 해서 강남에서 이런 기능을 인위적으로 떼낼 수는 없다. 이제 강남을 어떻게 하기보다 다른 지역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면서 '강남 신드롬'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 장기 청사진 없다=강남이 수도 서울의 어떤 기능을 분담하고 개발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 등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없다.

강남은 67년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 확정과 함께 고속도로 부지 확보를 위한 구획정리사업으로 본격 개발이 시작됐다. 이때까지도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것이지 강남을 어떤 모습으로 개발할지에 대한 장기 구상은 없었다.지금도 강남 문제에 대해 단발적인 대증요법만 쓸 뿐 근본적인 대안 제시가 없다.

◇ 구획정리 방식 개발이 투기 부추겨=60년대 중반만 해도 강남 일대 땅값은 평당 2백원 선으로 당시 파고다 담배 다섯갑 수준이었다. 그런데 제3한강교 착공 이후 땅값이 뛰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산이나 논밭을 대지로 만들면서 도로 등 공공용지로 빠지는 35%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를 토지 소유주에게 주는 구획정리 방식으로 개발했다. 그 결과 땅 주인은 가만히 앉아서 땅값이 수십배씩 오르는 불로소득을 챙겼다. 지금은 미리 계획을 세워 땅을 수용한 뒤 대지를 조성하는데,당시는 토지 수용 없이 대지를 조성한 뒤 일정 비율만 공제했던 것이다.

◇ 강북 명문고의 이전도 문제=정부는 안보상 이유를 내세워 강북 지역의 인구 집중을 억제한다며 경기고.휘문고.서울고.숙명여고 등을 강남으로 옮기도록 했다. 그 결과 서울 강북 도심의 공동화와 함께 강남 8학군 신화가 탄생하면서 강남 집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을 낳았다.

90년대 고교 내신성적의 반영 폭이 커지며 8학군 열기가 식는 듯했다.그러나 지난해 수능시험이 어려워지면서 다시 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이 주목받게 됐다.

◇ 지역 격차 해소 방안=아파트와 건물에 매기는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현실화해 편리하고 환경이 좋은 지역에 사는 만큼 부담을 지우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선진국에도 대도시 내 지역 편차가 있지만 한국처럼 위화감 문제나 부작용은 적은 편이다. 강남의 경우 교육 여건과 녹지대 등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은 데 비해 주민 부담은 다른 곳과 별 차이가 없다.

강남과 비슷한 신도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건혁(도시계획학)서울대 교수는 "강남 현상에 대한 욕구와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제2의 강남 개발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판교와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예정 지역이 후보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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