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서민 무시한 인천시 버스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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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새해 들어 인천시 교통당국이 마을버스를 몽땅 시내버스로 바꾸겠다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마을버스 정류장을 살리는 대신 마을버스에 시내버스 번호를 부여해 요금을 시내버스만큼 올려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대학총학생회,네티즌들이 "이름만 바꿔 업자들 편을 들어주는 요금인상.밀실행정을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가두서명에 나서도 당국자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지난 1년간 공청회.입법예고 등을 거친데다 버스업계 대표들과 시장 면담까지 가졌기 때문이란 답변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지켜보노라면 마을버스 서비스 최종 소비자인 서민들(학생.주부 등)의 입장은 철저히 배제됐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시 당국이 교통현장에 나가 시민들의 반대 이유를 성의껏 들어 보았다거나 시민들을 위한 정책설명회를 가졌다는 얘기를 아직 듣지 못했다.

당국은 또 마을버스를 애용해온 시민들이 2월부터 하루에 교통비를 얼마나 더 부담하는지 애써 말하려 하지 않는다. 인천의 마을버스 이용은 하루 평균 25만건. 요금이 2백원 오르면 하루 평균 5천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1년이면 자그마치 1백83억원 상당에 이른다.

시민들의 관심이 많은 이 문제에 대한 보완책은 물론 없다.그저 인천 대중교통수단의 새로운 틀을 짜기 위해 50~80%의 요금 인상 정도는 군말없이(□) 받아들이라는 자세다.

서비스는 마을버스 그대로인데 시내버스 번호판만 달았다고 요금을 더 내라는 것은 경제논리에도 맞지 않다. 마을버스는 애초부터 시내버스보다 투입원가나 이용자 서비스 만족도 등이 낮아 요금도 싸게 매겨졌다.

시는 뒤늦게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보다 남은 20일동안 교통현장에 나가 시민들의 불만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인 보완책을 제시하는데 더 신경써야 할 것이다.

성태원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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