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하면 은행 취직 때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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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달 120대 1의 경쟁을 뚫고 하나은행의 대졸 신입행원 공채에 합격한 이모(27)씨는 요즘 자원봉사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3년 전 어학연수를 위해 머물렀던 캐나다에서 집주인의 소개로 시작했던 음식 나누기(푸드뱅크) 봉사 경력이 입행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은행 측은 쟁쟁한 학력과 경력을 가진 지원자 가운데 이씨와 같은 자원봉사 경력자에게 최고 10%의 가산점을 부여했다. 이씨는 "우대한다는 얘길 듣긴 했지만 설마 했는데 합격 통보를 받은 뒤 얘기를 나눠본 동료도 모두 봉사 경험이 있다고 해 내심 놀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경험이 있어야 은행에 취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일부 은행이 올해부터 공채 때 봉사 경력을 반영한 결과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다양한 봉사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 공채에서 최종 합격한 80명 중 90%인 71명이 봉사 경력이 있었다. 대학 동아리 때 보육원이나 양로원을 위문 방문했거나 정기적으로 헌혈을 한 사람이 많았다. 임종을 앞둔 중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나 소외계층의 집을 지어주는 해비탯운동, 철거촌 야학 활동에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은행 측은 봉사 경력을 검증하기 위해 확인서 등 별도 서류를 요구하진 않았다. 형식적인 활동은 중요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이력서에 적어낸 봉사 경험을 토대로 면접 때 동기와 소감을 집중적으로 물어보는 것으로 충분했다고 한다.

올해 처음 총점의 10%를 사회봉사와 동아리 활동 등에 배분했던 산업은행도 3700명의 지원자 가운데 합격한 90명 중 절반 이상이 봉사활동 경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공채 때 점수로 계량화하진 않았지만 면접 때 봉사활동 경력을 물어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우대했다.

하나은행 인력지원부 권준일 부장은 "봉사활동 경력은 점수로 환산하기 어려운 인성과 소양을 검증하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며 "직원들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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