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들은 머뭇머뭇…'개인장세'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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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개인들이 증시 주도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9일 2천5백4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를 껑충 끌어 올렸다. 이같은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13일 이후 근 한달만이다.

개인들은 11조원을 넘어선 고객예탁금을 기반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그동안 덜 오른 종목들을 중심으로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들의 이같은 강한 매수는 최근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와 대조적이다.

◇ 개인 주도 장세 얼마나 갈까=9일 현재 개인들의 매수여력을 나타내는 고객예탁금은 11조4천7백85억원이다. 2000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8일 하루 동안에만 2천6백79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9일 증시에서는 개인들이 선호하는 하이닉스와 하이닉스의 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 개인매수세가 유입된 은행.증권업종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개인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주식을 많이 내다 팔아 현금을 많이 확보한데다 무엇보다 그동안 장을 주도했던 외국인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한발짝 물러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서진 않겠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만큼 연말.연초와 같은 적극적 매수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며 "당분간 개인들이 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정태욱 이사도 "외국인은 이제 미 경제회복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사지도 않고 팔지도 않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 "98~99년 장세와 흡사"=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장이 98년 9월에 시작해 99년 1월까지 이어진 상승장과 흡사하다고 말한다. 수급.주도세력 면에서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일단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려 유동성 장세가 가능했다. 또 외국인이 장을 처음 촉발시키고 주도한 반면 개인은 뒷짐을 지고 있다 상승장이 시작된 지 한참 후에 참여한 것도 비슷하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세중 책임연구원은 "조정이 시작됐던 99년 1월에도 주가가 한순간에 고꾸라지지 않고 상당기간 횡보한 만큼 투자심리가 하루아침에 위축될 가능성은 작다"며 "지수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인들이 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 주도주는 뭐가 될까=개인장세가 펼쳐질 경우 장을 주도하는 종목도 반도체에서 개인들이 선호하는 은행.건설.제약주와, 그동안 빛을 못 본 저가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KGI증권 김도형 선임연구원은 "업종 대표주보다는 후발주,업종별로 볼 때는 섬유.제약.건설 등의 선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개인들의 투자 패턴도 외국인과 기관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와 현대증권 정태욱 이사는 "개인들이 옛날처럼 건설.저가주로 모두 몰리는 양상은 사라지고 있다"며 "이번 개인장세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우량은행주나 블루칩을 사들일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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