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집단주의 문화, 인사시스템 확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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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준규 검찰총장과 젊은 검사들이 28일 만나 검찰 신뢰 회복을 주제로 ‘끝장 토론’을 벌였다.

대검찰청에서 김 총장 주재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여검사 8명을 포함해 전국의 10년차 이하 평검사 30명이 참석했다. 최근의 ‘스폰서 향응’ 파문으로 인한 검찰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젊은 검사들과 함께 찾아보자는 김 총장의 뜻에 따라 마련된 자리였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이 ‘앞으로 검찰을 이끌어갈 검사들이 직접 조직의 미래를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대검 간부들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김 총장과 검사들은 취재진 등 외부인의 접근이 통제된 총장 집무실 앞 회의실에서 집단 토론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다 오후 5시쯤에는 15층 강당으로 옮긴 뒤 몇 개 그룹으로 나눠 분임토의를 진행했다. 김 총장은 각 그룹을 돌며 의견을 청취했다. 저녁식사도 따로 이동하지 않고 회의장에서 도시락으로 대신했다. 참석자들은 우선 스폰서 파문과 관련해 “검찰 조직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검사는 “일선 수사 현장에서 접하는 민심이 극도로 악화돼 있다”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검찰 문화에 손을 대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간 가장 큰 과제로 지적돼 온 인사·감찰 시스템의 투명성 확립이 시급하다는 점과 검찰 외부와의 소통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거론됐다. 김 총장은 발언을 자제하며 검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간부는 “6·2 지방선거 후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 공개될 예정인 개혁안에 토론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며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개혁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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