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격전지를 가다 ⑧ 충북 보은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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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군수가 뇌물을 받다니 썩을 대로 썩은 거야” “그러니까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지” 

27일 오전 9시30분 충북 보은읍 중앙4거리 택시정류장. 개인택시 기사 4명이 모여 지방선거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깨끗하다고 믿었는데 왜 그런 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보은읍 삼사리 동광이발관 전진출(58) 사장은 “세상에 돈 싫다는 사람은 없지만 (이향래 군수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양심까지 뒤집어 본 뒤 표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 보은지역 표심은 14일 이향래 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후 냉랭해졌다.

후보들은 “무관심한 시선 때문에 명함 내밀기도 부담스럽다”고 민심을 전했다. 이 때문에 후보마다 ‘청렴’ ‘신뢰’ ‘도덕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 소속의 이 군수 구속으로 반전 기회를 잡았다고 보고 공세를 펴고 있다. 한나라당 김수백(61) 후보는 “이번 사건을 통해 단체장의 청렴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확인했다”며 “(나는)35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청렴성을 강조했다. 보은읍 출신 김 후보는 읍내 유권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군수의 ‘대타’로 나선 자유선진당 정상혁(69) 후보는 “사죄하는 뜻에서 정책선거로 유권자 심판을 받겠다”며 “보은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농업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 후보는 면 단위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전 10시 보은읍 삼사리 동다리에서 만난 미래연합 구연흥(69) 후보는 “세종시와 군수한테 배신감을 느낀 민심이 과연 한나라당이나 선진당을 찍겠느냐”고 반문했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부군수까지 지낸 김 후보는 이 군수 구속 사건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공직내부의 신뢰가 두터운 것도 장점이다. 반면 회인면 출신으로 2002~2006년 충북도의원을 지낸 정 후보는 4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산악회를 4년간 공들여 관리해왔다.

보은에서는 지역 터줏대감인 이용희(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의 지원사격이 변수다. 보은에서는 그를 두고 “아직 건재하다” “언제적 이용희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전성기 같으면 이 의원 쪽으로 여론이 몰렸겠지만 (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KBS·MBC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수백 후보 40.9%, 정상혁 후보 37.0%, 구연흥 후보 2.0%였다.


보은=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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