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지도, 대학생들이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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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무심코 걷다가 발견한 도심속 초가집,6 ·25 직후의 모습처럼 낡고 초라한 가게와 건물,허물어져 가는 붉은 벽돌건물 등등...

지역 대학생들이 대구 도심을 샅샅이 뒤져 삶의 정감이 배어나는 대구문화지도를 완성했다.

주인공은 대학YMCA 대구시연맹 소속 권상구(權上九 ·28 ·경북대 영어영문학과4년)회장 등 대학생 10여명.

이들은 지난 3개월동안 대구 중구 남산동 ·남성로 ·북성로 ·동성로 ·서성로,서구 비산동 등지를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다.가까이 있었지만 모르고 지나친 역사골목,한옥·초가집 ·붉은벽돌 골목,저잣거리와 그곳 주민들의 사연을 지도에 담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수많은 답사와 토의를 거쳐 완성한 지도를 지난 5일 중구 덕산동 YMCA 교남실에서 발표회를 갖고 공개했다.

이 지도는 비디오로 촬영 편집한 30분 분량의 영상물과 80쪽에 이르는 자료집 형태로 돼 있다.영상물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과 골목의 모습,주민 인터뷰 등이,자료집에는 개략적인 위치도와 건물 ·골목의 사진,건물 등의 역사와 전설,주민 인터뷰 내용,학생들의 평가글 등이 실려 있다.

달성(達城) 서씨(徐氏)의 흥망성쇠를 한눈에 보여주는 진골목,남성로의 약전골목,서성로의 돼지골목과 함석거리,한옥골목,화교거리,개신교 선교 역사현장 등이 우선 눈에 띈다.

1백여년전 중국 건축 기술자들이 지었으나 그런대로 잘 보존된 계산성당 ·제일교회 등과 달리 허물어지고 방치된 2층식 붉은 벽돌건물 등의 모습도 담겨 있다.

학생들은 답사에서 중구 남산동 대구적십자병원 뒤쪽에서 초가집 10여채를 발견하고는 “도심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이번 발표회를 통해 국채보상공원을 창조적인 청소년 공간으로,삼덕동을 삶과 문화가 있는 생태주거공간으로,봉산문화거리를 대구의 문화골목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CD로 따로 제작한 영상물은 5천원에 판매하며,문화지도는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다.

권상구 회장은 “월드컵·유니버시아드 대회때 대구를 찾을 외국인 ·외지인들에게 박제화된 모습이 아니라 삶의 정감을 느낄 수 있는,있는 그대로의 대구 문화자원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글=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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