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본주의 물들어 간첩활동 할 생각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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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탈북자 이모(28)씨는 1일 밤 중앙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지금은 자본주의에 물들어서 간첩활동을 할 생각도 없다"며 "나는 간첩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가 간첩활동을 했다면 구속되지 않고 이렇게 편히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관계당국 자료에 따르면 간첩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난 가정 지키기에 급급한 놈이다. 지난해 9월 결혼한 탈북자 출신인 아내가 내년 여름께 출산할 예정이다. 만약 엄청나게 돈을 많이 주었다면 간첩활동을 했을 것이다."

-(이씨 진술내용과 당국의 수사결과를 제시하며)당신도 혐의를 상당부분 인정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모든 것은 죽을 때까지, 무덤까지 가져간다. 어쩌면 몇 년 지나면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삶을 토대로 한 논픽션을 2년 후쯤에 쓸 생각이다. 언론사의 신춘문예에 등장하고 싶은 뜻도 있다.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전교 최상위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수필 같은 글쓰기도 좋아했다."

-북한에 다녀온 5월 자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왜 자수를 하나. 단지 조사받을 게 많이 있었다. 올해 8월부터 대전지검 공안부와 충남지방경찰청 공안과 등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거의 마무리돼간다."

-왜 이렇게 조사가 오래 진행되고 있는가.

"처음에 불과 며칠간 조사를 했다. 조사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간첩활동과는 무관하다. 중국에서 생활하던 당시 주변 정리가 안 돼서 그런 것이다. 국정원이나 검찰에서 여기에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내 삶이 좀 파란만장한 부분이 있다."

-북한에서는 어떻게 지냈는가.

"평양에서 동약연구소(한의학연구소) 연구원이던 아버지 밑에서 2남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세살 때 아버지가 함북 무산으로 좌천됐다. 1991년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입대해 육군으로 근무했다. 제대 2년을 앞둔 97년 군대규율을 어겼다. 그래서 처벌을 받을까 걱정돼 그해 10월 탈북했다. 그러다 2000년 10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북송됐다."

-남한에서의 생활은.

"한국에 아는 사람도 없어 무작정 대전으로 왔다. 정착금 1500만원으로 살고 있다. 4개월 전 한 제조업체에 취직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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