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출판·실용서] '봐라, 꽃이다!'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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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스님 한 분 한 분 법명이 다르고 수행정진의 방법이 각양각색이지만 통하는 한 곳이 있으니, 그건 중생에게 향하는 길임을 이 책은 웅변하고 있다.

『봐라, 꽃이다!』는 저자가 사부대중을 위한 해인사의 포교잡지 『해인』에 1995년부터 매월 연재한 인터뷰 모음집이다. 저자는 『뿌리깊은 나무』 등의 잡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한달에 한번씩 전국의 사찰을 찾아 만난 30명의 스님은 대중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고승이 아니라 법랍(法臘) 30~40년의 중진급 스님이다.

조계종단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스님들인 만큼 자리한 곳도 명승고찰에서 도심의 포교당과 사회복지재단에 이르며 내용상으로도 수행에 정진하는 선방 스님에서 경전 연구와 현대화에 몰두하는 학인 스님 등 다양하다.

"사회복지를 불교 용어로 바꾸면 보살행이 될 터인데, 보살행이 없는 불교는 죽은 불교로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며 무너진 소쩍새 마을 재건에 성공한 보각스님의 모습에선 산사에 있는 스님 이상의 불심을 느낄 수 있다.

팔만대장경의 전산화란 각고의 불사를 이뤄낸 종림스님이 "실체로서의 존재는 상정될 수 없으며 모든 것이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할 뿐. 그렇기에 토인비.프롬.로티.보드리야르 생각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말할 때 경전 연구의 현단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책에 실린 스님 모두 개성이 도드라져보이지만 저자는 머리말에서 "수행자의 삶이란 완성된 자로서 펼쳐보이는 삶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 애써가는 과정의 삶이니, 여기 모셔진 분들의 고유명사는 별 뜻이 없다. 수행자라는 보통명사로 읽히길 바란다"며 글읽기도 수행하는 마음자세를 잃지 말아야 함을 권고한다.

이에 더해 산사의 그윽한 풍경에 스님들의 너털웃음이 어울린 흑백사진도 스님과 대중의 거리를 가깝게 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책에 실린 스님들의 생각과 행동거지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그대로 한국 불교의 현재 진행형을 목도하게 된다.

특히 제 자리를 지켜내는 스님들의 말씀 한 마다가 그대로 법어가 되고 한편으론 한국 불교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뜻으로도 읽히니 책은 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때에 따라 글의 밀도가 높아 어떤 때는 밑줄도 치고 다시 되돌아가 읽을 작심도 해야 한다.

마치 죄지은 중생이 일주문에 들어서다 제 죄값 생각에 가슴떨려 뒤돌아보듯 쉽지 않은 단락도 있다.

그러나 "산과 들에 뿌리를 박은 초목은 저마다 결실을 향해 치달으니, 철 중에 가장 충일해 딴 맘 품을 틈이 없는데, 두발로 걸림 없이 나다니는 사람만 철없이 계절을 탄다"와 같은 미문을 만날 일이 더 잦을 터이니 두려움까지야 필요없다.

마지막으로 제목은 왜 『봐라, 꽃이다!』일까. "그들이 껴안으려는 중생도 한 꺼풀 무명만 벗으면 모두 본래 청정한 부처요, 그런 믿음을 처처에서 실현해 나가는 그들도 모두 부처였다. 보았더니 모두 꽃이었다!"라고 한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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