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돈줄 죄던 ‘저승사자’ 이번엔 북한 제재 지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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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를 총괄 지휘하는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에 로버트 아인혼(사진)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이 내정됐다고 서울의 외교 소식통이 27일 전했다.

소식통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 행정부는 국무부·재무부 등으로 나뉘어 진행돼온 대북 제재 조치 이행 상황을 한곳에서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필립 골드버그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담당 차관보가 겸직해온 대북제재조정관에 아인혼 보좌관을 내정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워싱턴의 대표적 한반도통이자 북핵 문제 전문가인 아인혼 보좌관의 내정은 대북 제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강화해 제재 효과를 높이겠다는 미 행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 행정부가 지난해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골드버그 차관보를 대북제재조정관에 임명해 강력한 대북제재에 들어갔던 것과 같은 취지”라고 덧붙였다.

아인혼은 1972∼2001년 29년간 미 국무부에서 핵·미사일 비확산 문제를 다룬 베테랑 외교관이다. 군축담당 차관보 시절인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함께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두 차례 면담했다. 북·미 미사일 협상에도 깊이 관여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 출범 당시 국무부 군축·비확산 담당 차관을 제의받았지만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고사했다. 외교 소식통은 “아인혼은 북핵 문제 전반에 밝은 데다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 등 오바마 행정부의 비확산 책임자들과도 막역해 대북제재조정관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까지 국무부 비확산 보좌관으로 이란 금융제재를 다뤄온 만큼 대북 금융제재 지휘에도 적격인 인물”이라고 평했다.

한편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금융제재로 해외 계좌가 폐쇄되면 계좌 개설자 이름이나 기구·법인의 명의를 바꾸는 방식으로 해당국 금융기관과 다시 거래하며 제재를 피하는 수법을 써왔다고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미국은 이런 사례들을 다수 포착했으며 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제재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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