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봉 기자의 도심 트레킹 ④ 서울 광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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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교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줄지어 지나는 차들은 왜소해 보이는 반면 홀로 지나는 자전거가 오히려 당당해 보인다.

다리 중간 부분 아래에는 전망대 들어서

천호공원에서 시작해 광진교를 건넜다. 공원에서 천호공구거리를 지나 광진교까지 가는 길은 걷기 편하지 않다. 자전거도로 공사 중이기도 하고 공구거리 앞에 주차된 차량이나 진열된 물건들과 부대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천호2동주민센터 앞을 건너 휴대전화 매장과 기아모터스 사잇길 주택가를 통해 걷는 게 편하다. 100여m쯤 내려가다 거성수퍼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섰다. 주택 담장이 트였고 그 안에 차가 주차돼 있어 도로가 훤했다. 차도인데도 주차하는 차량 외에는 자동차 통행이 거의 없어 주택가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300m쯤 걸으면 공구거리와 마주친다. 오른쪽으로 돌아 200m 더 가면 광진교의 남단에 닿는다.

광장동 현대아파트 8단지 앞 아파트만큼 높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그늘을 드리운다.

인도가 훨씬 널찍했다. 자동차 제한속도가 40㎞라 걷는 데 자동차를 겁낼 필요도 없었다. 중간중간 볼거리가 많아 직선거리 1㎞를 걷는 게 지루하지 않았다.

다리의 동편은 인도 옆에 자전거도로가 있다. 걷다 보면 다리 옆으로 움푹 들어간 전망대가 나와 쉬어갈 수 있다. 서편 인도 중간중간에는 정원이 꾸며져 있다. 벤치와 함께 퍼걸러(pergola)가 있어 잠시 앉아 강바람을 쐬기 좋다.

이 다리에는 횡단보도가 두 군데 있다. 횡단 신호는 자동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수동식이다. 건너가고 싶다면 다리 가운데 설치된 횡단보도 신호등의 ‘대기버튼’을 눌러야 한다. 조금 기다리다 보면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뀐다.

다리 동편 인도 가운데쯤에는 전망대와 쉼터를 갖춘 ‘리버뷰 8번가’가 있다. 교각 아래에 전망대를 설치한 곳은 국내에서 이곳 하나뿐이라고 한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계단으로 이어진 다리 아래에 전시장과 공연장이 들어서 있다. 두 군데 모두 전체가 통유리로 돼 있어 먼 곳까지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전시장에서는 현재 국내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었다. 전시장 바닥 일부는 강화유리로 돼 있어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내려다보인다. 차가 지나면서 다리가 살짝 출렁이는 경우가 있어 유리 위에 올라서면 스릴도 느낄 수 있다. 오전 11시에 열어 오후 9시에 닫는다.

다리 길이는 1㎞쯤 된다. 마냥 걸어서 건너기 조금 지루할 것 같으면 자전거를 빌려 타고 건너보자. 광진교 남단에서 300여m를 가다 보면 ‘광나루자전거공원’으로 내려가는 다리가 가지처럼 뻗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앞에 자전거대여소가 있다. 1인용은 1시간에 3000원, 2인용은 6000원이다.

다리 북단 동쪽에 있는 한강호텔·광나루현대아파트 앞을 지나 200m 내려오면 자전거 테마카페 ‘벨로마노’가 있다. 카페로는 드물게 자전거 주차대가 설치돼 있다. 자전거 헬멧을 쓰고 오는 이들에게는 모든 메뉴가 500원 할인된다고 하니 자전거를 빌릴 때 헬멧도 함께 빌리는 게 좋다.

광장고 어귀 돌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

다리에서 멀지 않은 곳, 광장동 현대아파트 단지 부근에 메타세쿼이아와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길게 펼쳐져 있다. 광진교 북단에서 이곳까지 가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광진구민체육센터를 끼고 왼쪽으로 돌고 광나루역을 지나 올림픽대교 방면으로 직진하는 방법이다. 사람이 많고 곳에 따라 도로가 좁아져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있다면 강변 산책로를 따라 달리는 게 편하다. 광진교 북단 동편 인도에는 한강변으로 통하는 길이 나온다. 한강변 산책로를 따라 올림픽대교 쪽으로 달리다 보면 광남중고등학교로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나온다. 이 통로를 따라 나온 뒤 광남고등학교를 지나면 된다. 두 방법 모두 가로수 길까지는 700m 정도 거리다.

광장동 현대아파트 3단지와 8단지 주변은 은행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매년 가을 은행 따기 축제를 벌일 정도로 은행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곳이다. 은행나무들은 저마다 푸른 잎을 돋아냈다. 좁지만 한적한 길이어서 나무 그늘을 따라 훌훌 걸을 수 있다. 광장고등학교 앞을 돌아 8단지 앞을 들어서면 키가 20m가 넘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300여m 정도 이어진다. 강변이나 교외가 아닌 곳에 심어진 메타세쿼이아는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산책의 막바지였지만 메타세쿼이아의 짙은 그늘 아래 걸음걸이가 가벼워졌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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