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운지] 한국 영화 '남극일기' 촬영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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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민에게 '뉴질랜드'라는 브랜드를 파는 것이 저의 주요 업무지요."

데이비드 테일러(45.사진)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최근"대사는 국가를 대표해 여러 일을 해야 하지만, 국가를 널리 알리는'세일즈 외교'도 핵심 업무"라고 말했다. 테일러 대사는 주한 외국 대사 가운데 뉴질랜드 세일에 특히 열성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뉴질랜드에서는 2개월 동안 한국 영화 '남극 일기'가 촬영됐다. 테일러 대사는 "영화는 국가.사회를 이해하는 창문"이라며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가 나오면 국가 홍보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생각에 적극 후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작사가 먼저 대사관에 촬영 섭외를 했지만 대사관 측이 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대사관 측은 영화의 배경이 남극인 점에 착안, "눈이 많고 날씨가 화창하며, 낮이 길어 촬영에 편리한데 영화 '반지의 제왕'의 촬영지로써 명성.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영화의 70%를 남극이 아닌 뉴질랜드에서 촬영되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 테일러 대사는 지난 7월 본국으로 휴가를 갔을 때는 촬영 현장을 방문해 격려했고, 10월에는 동빙고동 대사관저로 '남극 일기'출연진을 초청해 만찬을 열어주기도 했다.

남극 일기를 계기로 한국과 뉴질랜드 정부는 영화 공동제작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 영화인들이 영화 촬영.편집.제작 기술을 공유하는 내용이다. 그는 "협정이 맺어지면 한국 영화에 뉴질랜드가 등장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정부.국회를 상대로 한 뉴질랜드 팔기에도 적극적이다. 현재는 뉴질랜드에서 수입되는 녹용에 특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국회가 특소세 부과 대상을 조정하려 하자 테일러 대사는 국회 재경위원장에게 "녹용은 사치품이 아니라 건강식품"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뉴질랜드산 녹용을 특소세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뜻이다. 그는 "녹용 홍보를 위해선 녹용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직접 녹용을 먹기도 하고, 한국 소비자와 가까워지기 위해 재래시장의 한약축제에도 매년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뉴질랜드는 전적으로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라면서 "뉴질랜드 회사들이 좋은 조건으로 한국에 뉴질랜드 상품을 수출하도록 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 또"무역을 총괄하는 무역산업진흥청이 별도로 있지만 최종 책임은 내게 있다"며 "내 업무 70%가 경제.통상 분야"라고 말했다. 그의 하루는 기업인들과의 조찬,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의 점심, 언론 인터뷰, 기업인.관광업계 종사자들과의 미팅 등으로 꽉 차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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