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마술사' 스포츠카이트 매력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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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차가운 겨울,어른들이 새 달력을 붙이고 나면 어린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동네 뒷동산에 모여 새해 희망을 하늘에 띄웠다.

바람을 타고 가오리연.방패연이 두둥실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순간 어린이들의 입에서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양볼이 발갛게 얼지만 추위를 모르던 순간이었다.

그 때 어린이들은 이제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꼬마들의 아빠가 됐다. 취미 겸 운동 삼아 매주 연을 날리는 어른들이 있다.

서울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에서 활동하는 한국스포츠카이트협회(http://www.sportkite.or.kr)회원들이다.

하늘에는 행글라이더를 닮은 색색의 연들이 춤을 춘다. 스포츠 고글이나 패러글라이딩 기체처럼 생긴 연도 눈에 띈다. 전통 연이 아닌 서양 연이며 레저용으로 개발된 '스포츠 연'들이다.

회원들 중 얼레같은 것을 쥐고 있는 사람은 없다.30m 길이의 연줄이 하늘로 뻗어 있는데 두 손에 각각 연줄이 연결된 막대를 쥐고 있다. 스포츠 연은 줄이 둘 또는 네 가닥이다.

연 종류는 '스턴트 연'과 '파워 연'두 가지로 나뉜다. 보통 삼각형 형태인 스턴트 연(넓이 1㎡)은 연줄을 잡은 두 팔을 분주히 움직이며 공중에서 각종 묘기를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공중에서 3백60도 연거푸 연을 돌리는 회전, 좌우로 연이 춤추게 하는 캐스케이드(cascade), 연을 뒤집은 상태에서 헬기 프로펠러가 돌 듯 연을 돌리는 백 스핀 등….

바람이 강한 날 스턴트 연은 시속 1백㎞로 허공을 질주한다. 하늘에서 초고속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듯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연 넓이가 3~7㎡인 파워 연은 스턴트 연만큼 자유롭게 기교를 부릴 수 없지만 바람의 힘을 보다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회원 김종건(36.정보통신업 대표.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에게서 "줄을 당기는 방향으로 연이 움직인다"는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패러글라이딩 기체처럼 생긴 파워 연 조종대를 잡아보았다.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팔힘 만으로 줄을 잡고 있기가 힘겨워 상체를 최대한 뒤로 기울였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다. 두 발이 잔디밭 위를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4~5m를 끌려갔을까. 정신이 번쩍 들면서 자연스레 '이거 장난이 아니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10여분을 잡고 있다보니 두 팔이 부어오른다.

김씨는 "정 힘들면 조종대를 손에서 놓아버리면 연이 그 순간 수직으로 부드럽게 떨어진다"며 비상 착륙법을 가르쳐준다.

회원 중 최고령인 강범구(63.서울 송파구 삼전동)씨는 연줄이 사람을 당기는 힘을 이용해 버기(buggy)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버기'는 바퀴가 굵고 커서 모래 사장 등을 달릴 수 있는 차량이다.

세발 자전거 모양의 버기 앞바퀴와 연결된 쇠막대에 각각 올려 놓은 두발로 진행 방향을 조정한다. 연이 힘을 받는 방향으로 버기가 힘차게 달린다. 여름철에는 버기 대신 서핑 보드로 물 위에서 파도 타기를 하는 카이트 서핑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상공에서 연이 받는 바람의 힘은 바람 방향과 연이 어떤 각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바람 속도가 초속 3m인 경우 연을 날리는 사람을 중심으로 전방 1백20도 내의 허공이 바람을 강하게 받는 '파워 존'이다. 파워 존을 벗어나면 바람의 힘이 약해진다.

바람 방향과 연이 이루는 각도를 바꾸면 운동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남자는 물론 여성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매번 함께 나오는 부부 회원 박성용(37.중장비 임대업.경기도 김포시 북변동).신점례(34)씨는 "허공에서 연의 움직임을 맞추는 팀 플레이를 하면서 금슬을 돈독히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때 무릎 관절이 안 좋아 목발을 짚고 다니다 우연히 스포츠 연을 보고 입문했다"는 유태성(57.다이빙 가아.서울 강동구 암사동)씨는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보고 매주 참가하는 열성 회원이 됐다.

"매번 파란 하늘에 흠뻑 빠지는 게 매력" "천둥.번개가 치는 날을 빼고는 언제나 할 수 있는 취미"…. 스포츠 연에 대한 회원들의 자랑은 끊이질 않았다.

성시윤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 '스포츠 연'초보자 한강시민공원 오세요

◇ 스포츠 연 날려볼까=한국스포츠카이트협회 회원은 전국적으로 1백여명. 수도권 거주 회원들 외에 부산.속초 회원들도 정기 모임을 연다.

수도권 회원은 매주말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에서 연을 날린다.

정기 모임에서는 비회원들 스포츠 연을 날릴 수 있다. 협회 회원 맹성수(33)씨가 경기도 분당에서 스포츠 연 전문점(http://www.kite7.com). (031-716-7009)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은 10만~1백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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