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신간] '강교수의 철학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서양 철학과 기독교 신학 사이의 결합과 분리 과정은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다. 서양 근대철학 전문가 강영안(서강대)교수가 펴낸 『강교수의 철학이야기』(IVP,9천원)는 기독교 신학이 어떻게 철학화했고 어떻게 철학과 분리되었는지를 주요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통해 살펴본 책이다.

만남과 헤어짐의 분기점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뤄진 근대 이후이므로 책은 당연히 서양 근대철학의 시조인 데카르트에서 그 완성자인 칸트까지를 두루 섭렵한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본 서양 근대철학'이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단지 기독교 신앙을 포교하는 책은 아니다. 과학과 신앙의 분리 혹은 절충을 위해 고민했던 근대철학자들의 문제의식 형성과 전개과정을 살펴보면서 궁극적으로 오늘 기독교 신앙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강교수는 기독교와 관련해 서양 근대가 가진 이중성에 주목한다. 근대 과학과 자본주의,그리고 민주주의의 기초가 된 자유와 평등의 이념은 모두 고대 그리스와 기독교 문화의 전통 속에서 형성되었으면서도 근대와 기독교가 적대적 경향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제 종교는 지극히 사적(私的)이고 개인적인 취향에 관련될 뿐이고,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공공 영역에서 신앙은 의미를 잃고 말았다"고 강교수는 지적한다. 그런데 신앙이 배제된 공적(公的)영역의 실상은 최근까지 그리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흘러온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 철학과 신앙의 새로운 비판적 만남을 모색하는 강교수의 문제의식이 놓여 있으며, 이는 또 근대성의 명암을 고민하며 전통과 혁신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해야 할 우리 시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배영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