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2002] 1. 탤런트 유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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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벅찬 새해가 밝았다. 스타라는 좁은 문을 향해 달리는 연기자들의 꿈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중앙일보 방송팀은 2001년의 활약상을 토대로 올해에 더욱 주목받을 배우.PD.방송 작가 등을 선정해 그들의 포부를 들어보기로 했다.

첫번째로 지난해 개성 있는 연기를 보인 탤런트 유준상을 선정했다.

MBC 주말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 촬영이 한창인 서울 필동 한옥 마을에서 유준상(32)을 만났다.

그날은 강철(유준상)이 드디어 선녀(소유진)와의 결혼을 승낙받는 장면을 찍는 중이었다. 그래선지 유준상의 표정도 밝다. 괄괄한 목소리, 과장된 모습으로 앞머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가 유난히 눈에 들어 온다.

"지금까지 다른 드라마에서는 제가 드라마에 맞춘다는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는데, 이번엔 드라마를 제게 맞춘다는 기분으로 하고 있죠. 아주 좋습니다. 덕분에 제 스타일도 좀 살아나는 것 같고…(하하)."

이 말엔 연출자 정인 PD도 동의하는 듯하다. 그는 "유준상이 기대 이상으로 해주고 있다. 대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알고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널을 뛸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려고 1백%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난 유준상. 연극이면 연극, 뮤지컬이면 뮤지컬, 거기에 영화.드라마까지 폭 넓은 활동을 해온 그지만 요즘처럼 상종가를 친 적은 없다. 물론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여우와 솜사탕'에서 보여주는 생기와 재주가 빙산의 일각임을 안다.

1995년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98년 미니 시리즈 '백야 3.98'에서 이병헌의 파트너로 눈길을 끌었고 영화 '가위'에선 악한 검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데뷔 후에도 매년 연극 한 편씩은 거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KBS 주말연속극 '태양은 가득히'에서 야망으로 똘똘 뭉친 강민기 역을 맡아 주연급 배우로 올라 섰다. 지난 9월 공연된 뮤지컬 '더 플레이'에선 춤.노래.연기 등에서 탁월함을 보이며 색깔있는 배우로 시선을 모았다.

그가 주목받게 된 것은 지금까지 익혀온 갖가지 숨은 실력들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 교사였던 어머니 어깨 너머로 배운 피아노 솜씨가 보통을 넘는데다 색소폰.바이올린 등 웬만한 악기는 다 다룰 줄 안다. 취미 삼아 작곡도 한다.

여행 감상을 스케치한 것이 인연이 돼 시작한 그림 그리기는 친구이자 화가인 김윤섭씨와 함께 전시회를 열 수준에 이르렀다. 내년엔 개인전도 계획 중이다. 이런 재주들에 '끼'까지 곁들였으니….

또 다른 대목 하나. 바로 '일기 쓰는 남자'얘기다. 그는 꼬박 10년이 넘도록 일기를 쓰고 있다. 기록되지 않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말을 가슴 속에 새기고 있는 그는 "배우로 살기 위해선 몸의 컨디션을 알고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른을 훌쩍 넘겼으면서도 총각인 그는 "나이 드는 것이 좋다"고 했다. 동년배들이 서른을 넘기며 목놓아 부르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한번도 불러보지 않았다면서….

누구든지 사로잡을 만한 천진한 미소, 동료 연기자들에게 정평이 나있는 순수한 마음,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그가 2002년 새해엔 더 큰 일을 저지르고 말 것이란 직감이 와 닿는다.

글=신용호.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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