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로비 규명 난관] 陳게이트 파장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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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진승현(陳承鉉)씨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어정쩡한 상태로 해를 넘기게 됐다.

법무부차관과 국정원 고위 간부 사법처리라는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대(對)정치권 로비 부분은 이를 밝힐 핵심 인물인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의 미국 도피로 사실상 중단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 辛전차관.국정원 간부 구속 성과=검찰은 陳씨가 김은성(金銀星)전 국가정보원 2차장과 정성홍(丁聖弘)전 국정원 경제과장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국정원 관계자들이 사건에 깊이 개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민주당 당료 출신 최택곤(崔澤坤)씨를 통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신광옥(辛光玉)전 법무차관에게도 돈을 주는 등 전방위 로비를 했음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재환씨가 陳씨로부터 받은 로비자금 12억5천만원 중 5억5천만원은 변호사 선임비용으로,1억3천만원은 변호사 선임과정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金씨가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진술했던 민주당 김방림(金芳林)의원과 J 전 과장에게 각각 5천만원과 4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주장도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 중단된 정치권 로비 수사=도피한 김재환씨가 12억5천만원 외에 더 많은 돈을 陳씨에게서 받아 정치권 등에 로비를 했을 것이란 의혹이 수사 도중 제기된 상태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의 핵심 중 하나인 이 대목에 대해 이렇다할 규명을 하지 못했다.

특히 金씨가 5천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金의원은 당사자인 金씨의 도피로 입증절차도 거치지 못한 채 내사를 중단했다.

지난 해 총선자금으로 5천만원을 받은 허인회(許仁會)씨에 대해서는 영수증 발부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았음이 밝혀져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내년에도 '진승현 리스트''총선 자금지원설' 등 남은 의혹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달아난 金씨의 신병확보 가능성이 작아 결과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 지난해 수사팀 책임 가려야=특히 지난해 수사팀에 대한 조사도 향후 검찰이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팀은 金씨로부터 金의원과 丁전과장 등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수사팀의 석연치 않은 조사과정에 대한 책임을 자체 감찰이나 수사 등을 통해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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