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엄기영 뉴스 앵커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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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년 전 앵커로서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후배들에게 꽃다발을 받던 기억이 새삼스럽네요. 이렇게 다시 맡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엄기영(51.사진) MBC 보도본부장이 새해 1월 1일부터 현 권재홍 앵커를 대신해 '뉴스데스크'를 진행한다. 최근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떨어져 고민하던 MBC는 이례적으로 12명의 앵커 후보를 정한 뒤 시청자 1백명, 광고 전문가, 사내 부장.국장단 등 세 그룹의 평가를 거쳐 최고 점수를 얻은 엄 본부장을 다시 기용키로 결정했다.

"'흘러간 물이 어떻게 다시 물레방아를 돌리겠느냐'는 말까지 써가며 몇 차례 고사했지만 계속 피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어깨가 무겁지만 이왕 맡게 된 것이니 최선을 다해야지요."

보도국을 총괄 지휘하는 보도본부장이 현직을 겸하면서 직접 앵커를 맡는 일이나 앵커를 지낸 몇 년후 컴백하는 일은 방송국에서 흔치 않으며 MBC에선 처음이다.

"고육지책(苦肉之策) 아니냐구요□ 언론사 세무조사 등으로 인해 언론이 언론을 취재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MBC가 다른 언론사들과 척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손해도 좀 봤지요. 하지만 지난 가을을 고비로 점차 시청률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육지책이라기보다는 더 가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겁니다."

1980년대 후반 파리 특파원 시절부터 '부드러운 남자'로 정평이 나있던 엄본부장은 신뢰감을 주는 외모와 겸손한 이미지가 큰 점수를 받은 요인이 됐다.

"'저 친구는 욕심이 없어 보인다''저 친구는 거짓말은 안하겠구나'라는 소릴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죠"라는 엄본부장은 정치할 생각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기자로서의 삶 외에는 욕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74년 입사, 사회부.경제부를 거쳐 85년부터 3년간 파리특파원을 지냈고 89년 10월부터 7년간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았다. 지난해 3월부터 보도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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