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스타크게임'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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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스타크래프트 최고수인 임요환 선수와 겨뤄 보고 싶습니다. 임선수의 드롭십(Dropship) 작전만 막을 수 있다면 승산도 있습니다."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에서 열린 'KTF배 2001 국제 게임 챔피언십'에서 유명 프로게이머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은 선수들이 있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장애인 스타크래프트 선수단 64명이 그들.

국내외 프로게이머와 일반인 2천여명이 참가한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대회에서 장애인 선수들은 별도로 기량을 겨뤘다. 청각장애.지체장애.뇌성마비 등 신체적인 제약으로 일반인들에 비해 게임운영 능력이 떨어지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장애인들도 프로게이머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사회에 알리고 싶어 참여했다.

장애인선수단은 이 대회를 위해 지난 20일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KTF 프로게임단과 연습게임도 했다. 프로게이머들과 실력을 겨루며 부족한 점을 지도받기도 했다. 연습게임 후 게임운영 요령, 프로게이머로서의 미래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참가 장애인 중 반을 차지한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했다.

부산대표인 윤병호(尹炳皓.17.부산 망미동)군은 프로게이머가 꿈인 청각장애인이다. 2년 전 장애인학교(부산 배화학교)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시작했다. 저그(Zerg)를 주종족(族)으로 하며, 빠른 손놀림 덕분에 초반 공격이 강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尹군은 "청각장애인이라 이어폰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최대 불만"이라며 "상대편의 공격 시점을 알 수 없지만 빠른 손놀림으로 극복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충북대표인 임영훈(林永勳.17.충북 청주시 용암동)군은 하반신을 못 쓰는 지체2급 장애인이다. 하지만 상반신이 튼튼해 컴퓨터 게임을 하는 데는 큰 장애가 없다고 자신했다.

林군은 "현실에선 걷지 못하지만 스타크래프트 게임 속에서는 두 다리가 튼튼한 프로토스(Protos)족(族) 전사인 질롯(Zealot)으로 용감히 싸울 수 있다"며 "몸이 불편해 마음마저 나약해질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심신을 튼튼하게 할 수 있는 특효약"이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 재활협회 최자은(崔慈恩.28) 사회복지사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통해 장애인들이 현실의 시름을 잊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최대 수확"이라며 "앞으로 이런 대회가 활성화돼 장애인들의 재활의지를 높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회의 후원단체인 한국장애인 재활협회는 대회장인 중소기업전시장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수화통역사를 배치해 장애인 선수들의 불편을 줄였다. 장애인 스타크래프트 선수단 문의는 02-2636-3414.

글.사진=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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