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대안예술' 지원금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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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기발한 아이디어는 있는데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인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이번에 몰라서 신청 못한 사람은 내년에 꼭 도전해 보라는 뜻에서 그 길을 알려준다.

문예진흥원은 현재 여덟개 장르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내년도 지원작 심사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창의적인 괴짜'들이 솔깃할 만한 분야가 하나 있다.바로 '대안예술' 분야다.

이 분야는 올해 처음 생겼다. 이미 39건에 2억원의 지원금이 나갔다. 때맞춰 사회적으로 탈(脫)제도권을 지향하는 '독립예술'에 대한 젊은이들의 욕구가 확산되자 문예진흥원은 내년 지원금을 5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연극.음악 등 기존 장르의 지원금에 비하면 아직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뭔가 '새로운 예술'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단비나 마찬가지다. 대중예술가들에게도 고르게 문이 열려 있다. 기자는 최근 이 분야의 심사에 참여해 총 86건의 신청작들을 흥미진진하게 검토해 보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원 목적에 딱 들어맞는 작품과 기획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서 곤혹스러웠다.

비슷한 작품이나 행사를 이름만 바꿔 중복신청하거나 마땅히 다른 분야에 신청했어야 할 것들이 심사대상에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분야 자체의 생소함과 진흥원의 홍보 부족만 탓할 수 없을 만큼 지원작의 수준이 낮았다.

흔히 인디.독립예술로 불려지는 대안예술 분야는 파격적인 괴짜들을 발굴해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굳이 장르를 따질 필요도 없다. 어떤 종류건 실험적인 모색과 뜻이 담겨 있으면 그만이다. 비록 어설픈 수준이라도 이런 실험은 기존 장르들을 자극하고 분발시키는 원천이기에 중요하다.

문예진흥원은 내년부터 당해 연도의 성과에 따라 다음해 지원금을 증액해 주는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도입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괴짜들의 분발이 기대된다. 무모하다 싶더라도 생각이 있으면 뭐든지 아이디어를 내라. 거기에 '진주'가 있을지 누가 아는가.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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