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휴대폰 단속 '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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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휴대폰 운전 단속이요.말도 마세요.”

경북 경주경찰서의 임중혁(36)경장은 휴대폰 사용 운전자 단속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적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적발 후에도 통화사실을 부인하는 운전자들과의 마찰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任경장은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을 뻔히 봤는데도 운전자들은 대부분 딱 잡아뗀다”며 “단속 때마다 입증 문제로 입씨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이 의욕적으로 시작한 운전 중 휴대폰 사용 단속이 겉돌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본격적으로 단속을 시작했지만 실적이 경찰서당 하루 1건 전후로 극히 미미한 상태다.

포항북부경찰서의 경우 단속에 들어간 후 42일이 지난 27일 현재 누계 실적은 31건에 불과하다.경북지역의 다른 경찰서도 대부분 하루 한 건의 단속 실적을 올리기가 힘들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6일 이후 1천21건의 실적을 올렸다. 광주·전남 산하 경찰서가 26개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곳도 경찰서 당 하루 평균 단속 건수는 1건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이 기간동안 75건(하루 평균 1.8건)을 단속한 광주 서부경찰서 교통지도계 관계자는 “신호 대기중인 정지 상태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단속할 근거가 없는데다 운전 중 휴대폰 사용 행위도 추격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충남경찰청 산하 19개 경찰서와 고속도로 순찰대의 휴대폰 단속 실적은 총 8백84건으로 경찰서 1개당 44.2건으로 사정은 비슷하다.

이같이 단속이 저조해지자 운전자들의 경각심도 무뎌졌다.

휴대폰사용 단속에 대비해 구입한 이어폰·스피커폰 등 핸즈프리를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떼내 단속 전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김수동(37 ·회사원 ·대구시 북구 산격동)씨는 “한 때 목걸이형 핸즈프리를 사용했지만 경찰이 거의 단속하지 않아 요즘은 갖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의 심덕보(沈德輔)교통안전계장은 “단속 과정에 대부분의 운전자가 통화사실을 부인하는 등 단속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 말하고 “운전 중 휴대폰 사용금지에 대한 캠페인을 다시 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로교통법은 범죄 신고나 긴급을 요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승합차량는 7만원,승용차 6만원,이륜차는 4만원의 범칙금에 벌점 15점을 매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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