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 윤영관 MBC 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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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예전 3년 동안 MBC - TV 다큐멘터리 '인간시대'를 만들었던 나는 '사람의 풍경'에 대해 애착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진실함을 보여주는 방식 말이다.

9.11테러 전후 각별한 관심으로 떠올랐던 MBC 다큐멘터리 '이슬람'도 실은 사람에 대한 나의 관심 속에서 탄생했다.

지난해 11월 이란의 하타미 대통령은 유엔에서 '문명간의 대화'를 주창했는데, 그때 착안을 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이슬람' 은 4부작 제작에 7개월 준비기간이 소요됐다.

47일간 8개국의 이슬람 국가를 돌며 나는 이슬람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것의 또 다른 표현이 다큐멘터리 '이슬람'을 토대로 내가 새롭게 써본 책 『나를 사로잡은 이슬람』(김영사)이었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내가 요즘 읽은 책은 이슬람 문명을 다룬 쪽이다. 대형서점의 이슬람 관련 섹션은 죄다 훑었다. 인터넷도 빼놓을 수 없는 도우미였다.

우선 이희수 교수의 『세계문화기행』(일빛)은 인류학자와 함께 떠나는 8개 문명 19개 국가의 여행 안내서로 유용했다.

이집트 고대문화와 오리엔트.중동문화 등, 제국은 사라져도 이땅에 남아 있는 다양한 인류문명의 모습을 기행문 형식으로 조명했기 때문이다. 정수일씨의 『신라, 서역교류사』(단국대 출판부)는 10년 전 각별하게 읽어뒀던 책이다. 우리 민족을 중심으로 펼쳐가는 저자의 서역탐구는 서양 중심의 세계사적 해석을 거부한다.

정규영의 『이집트』(다빈치) 역시 이집트를 답사한 저자가 문명의 근원을 추적해간 작업이 돋보였다. 이집트문명의 신비주의와 선입견을 풀어주는 열쇠라고나 할까.

이러한 책들을 기초자료로 다큐멘터리 '이슬람'이 제작됐는데, 그 중 제 1편이 지난 9월 7일 방영됐고, 공교롭게도 사흘 만인 11일 미국 테러 대참사가 일어나자 이슬람은 지구촌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주위의 동료들은 나에게 '오사마 빈 라덴의 배후 조종자'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하며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줘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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