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게임하며 배우는 교과서 일본서 나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게임 대국’ 일본에서 학생들이 롤플레잉게임(RPG)처럼 즐기며 배울 수 있는 교과서가 등장했다. RPG는 게이머가 등장인물이 돼 줄거리에 따라 진행해나가는 컴퓨터 게임이다.

일본의 유명게임회사 반다이남코 게임스(BNG)가 교과서 출판사 ‘학교도서’와 손잡고 게임 형식을 빌린 초등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이 교과서는 최근 문부과학성의 검정에 합격했다. 이번에 선보인 교과서는 국어·수학·과학 등 세 과목이다.

학습내용은 ‘학교도서’가, 내용을 재미있게 구성하는 작업은 BNG가 각각 맡았다. 수학 교과서의 마지막 부분에는 ‘산수 어드벤처’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학생이 RPG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여행을 하며 수학 문제에 도전한다. 각 단계마다 정답을 맞혀 열쇠를 획득하고, 모든 열쇠를 모아 보물을 찾는다는 스토리다.

RPG에서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마다 아이템을 획득하는 ‘득템’ 구조를 차용한 것이다. 국어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한자를 가르친다. 왼쪽에 있는 무거운 코끼리를 오른쪽에 있는 생쥐가 힘껏 밀고 있는 그림을 통해 한자 ‘움직일 동(動)’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과학 교과서 앞부분에는 거대한 나무의 가지에 집들이 매달려 있는 트리하우스의 모형사진이 실렸다. 이 사진에 ‘자석의 성질’ ‘진자의 운동’ 등 목차를 표시해 학습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BNG의 이시카와 슈쿠오(石川祝男) 사장은 “학생들이 수업시간 외에도 펼쳐보고 싶은 교과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게임개발의 노하우를 살려 교과서 출간 외에 다른 교육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