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팬들 “성흔이 망극하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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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적 선수가 친정팀을 상대할 때 성적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옛 동료들에게 장단점이 노출돼 있는 데다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반대로 자신을 내보낸 팀을 상대로 집중력과 오기를 더할 경우 오히려 좋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다.

롯데의 홍성흔(33)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홍성흔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친정팀 두산과의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펑펑 날리며 팀의 10-3 승리를 이끌었다.

2008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홍성흔은 10년간 몸담았던 두산을 떠나 롯데로 이적했다. 올 시즌 홍성흔의 두산전 성적은 놀라울 정도다. 26일까지 8경기에서 타율 0.486(35타수 17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11개의 홈런 중 절반이 넘는 6개를 두산전에서 뽑았고, 타점도 54개 중 21개(39%)를 친정팀을 상대로 얻어냈다.

이날 경기에서도 1-0로 앞선 1회 우월 투런 아치를 그린 뒤 3회에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연타석 우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전날 3점포에 이어 2경기에서 3개의 대포를 쏘아올리며 홈런 공동 2위로 올라섰다. 5타수 3안타에 이틀 연속 4타점을 올리며 삼성 최형우와 공동 선두였던 타점 부문에서도 다시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홍성흔은 경기 뒤 “두산은 7개 상대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더 잘하려고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5위 롯데는 홍성흔과 김주찬(이상 2개)·가르시아·이대호가 여섯 개의 홈런을 합작하며 4위 KIA를 반 경기 차로 추격했다. 롯데 선발투수 송승준은 7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 최근 4연승으로 시즌 5승(3패)째를 수확했다. 반면 두산 선발 임태훈은 역대 한 경기 최다 피홈런 타이 기록(5개)의 불명예를 안았다.

한화 최진행은 넥센전에서 2개의 홈런을 뿜어내며 시즌 14호로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LG는 잠실에서 KIA를 상대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20-4 대승을 거뒀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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