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 건설에 부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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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9시 충남도청 신도시(홍성·예산) 건설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3대가 불을 밝힌 채 작업하고 있다. 건설회사 직원들이 충남도청의 미래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니콘 D3 카메라 160초 벌브 촬영. [프리랜서 김성태]

1971년 충남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수 많은 유물 가운데 큰 칼이 있다. 무령왕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칼의 손잡이에 용봉(龍鳳·용과 봉황)이 아로새겨진 금동 장식이 있다. 1993년 부여군 능산리 절터에서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에도 물을 차고 오르는 용과 날아오르는 봉황 한 마리가 조각돼 있다. 용은 귀한 신분, 봉황은 태평성대를 상징한다. 용과 봉은 다가올 이상세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용봉의 꿈’은 예산과 홍성의 경계에 있는 용봉산(龍鳳山) 기슭에서 도청 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무르익고 있다.

예부터 신도시 건설은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시그널이었다. 공주와 부여의 건설로 화려한 백제 문화가 꽃을 피웠고, 1932년 도청이 대전으로 이사하면서 중부권의 근대적 변혁은 시작됐다.

용봉산 기슭에 새로 건설되는 도청은 8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89년 대전이 충남에서 분리된 이후에도 도청은 대전에 머물렀다. 충남 도민들은 지역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행정서비스와 자치권 행사에도 한계가 있었다.

홍성·예산은 내포문화권(충남 서북부 가야산 주변 통칭)의 중심지였다. 자급자족의 실용주의적 서민문화, 불교·천주교 전래지로서의 종교문화, 그리고 충절의 호국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전통과 발전 잠재력을 지닌 곳이다. 도청 신도시가 들어서는 곳은 낮은 구릉지인 데다 남쪽으로 넓게 트여 있어 도시 개발과 시설배치가 쉽다. 예당저수지와 삽교호 등이 인근에 있어 용수 확보도 용이하다. 물론 도청 신도시가 자리잡으려면 중앙정부의 정책의지와 협조도 절실하다.

내포문화권 중심으로의 도청 이전은 충남도민이 지역 정체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도민들에게 훨씬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는 의미도 있다. 주민 간 소통과 교류를 촉진하고 특화자원 활용을 통한 상생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과거 충남도청의 대전 이전은 충남이 농경문화에서 벗어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루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도청 신도시는 충남 경제의 세계화와 지식·정보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충남의 브랜드 로고는 ‘충남, 한국의 중심(CHUNGNAM, HEART OF KOREA)’이다. 새 도청의 건설은 한국의 중심으로서 충남이 다시 서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충남의 영문 로고를 간단히 줄이면 ‘CHOKO(좋고)’가 된다. ‘충남 좋고’, 우리지역, 우리나라 ‘좋고’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충남 도청 신도시가 눈에 띄게 충남과 국가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도민 모두의 염원을 담아 기원한다.

글=김용웅 충남발전연구원장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논산 출신, 영국 셰필드대학 도시·지역
계획학 박사, 국토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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