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시기 '빅딜'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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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 경선 일정을 둘러싼 분란이 27일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광옥(韓光玉)대표는 대선 주자군에 "28일 비공식으로라도 만나 의견을 조율하자"고 통보했다. 이인제(李仁濟)고문과 한화갑(韓和甲)고문을 양축으로 한 당내의 대치 전선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韓대표가 차기 일정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기 위한 빅딜 중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권파인 동교동계 구파와 이인제.박상천(朴相千)고문은 '3월 통합 전당대회'를 관철하기 위해 "당무회의 표결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비주류인 한화갑.김중권(金重權).김근태 고문과 쇄신연대(총간사 張永達의원)는 "표결시 엄청난 분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韓대표의 중재가 실패할 경우 대립의 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당내에선 "당무회의에서 표 대결을 하든, 차기 주자들이 빅딜을 하든 하루빨리 내분 양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韓고문의 핵심참모인 설훈(薛勳).문희상(文喜相)의원은 "중복출마 금지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유력 예비후보(이인제 고문을 지칭)를 위해 다른 후보들을 정치적으로 사장시키고 당을 일방적으로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없었다면 이런 안이 나올 리 없다"고 공격했다. "중복출마 금지는 3월 통합선거의 그림을 전제로 한 것"(정범구 의원), "당 지도부를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누자는 발상"(신기남 의원)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그러자 당발전쇄신특위를 주도했던 김민석(金民錫).송영길(宋永吉)의원은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확실한 소신을 갖고 나가야지, 양쪽 다 기웃거리면 국민들이 헷갈린다"고도 했다. 韓고문을 은근히 겨냥한 말이다.

이와 함께 韓-李 두 캠프는 표 대결을 상정한 세(勢)결집에 돌입했다.

韓고문은 이날 정대철.김근태 상임고문과 조찬모임을 열고 '지방선거 뒤 차기 후보 선출'에 공감을 나눴다.쇄신연대 소속의원 17명도 "동교동계 구도로 이뤄진 당무회의에서 쇄신안을 표결 처리할 경우 반대할 것"이라고 표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李고문도 참모회의를 열고 '3월 통합전대'와 '당 쇄신안의 연내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한 핵심 측근은 "표 대결을 할 경우 99명의 당무위원 중 최소한 60%는 우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양수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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