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롱 티보 국제콩쿠르 우승한 임동혁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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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평소에도 공연 전에 유난히 긴장하는 편이지만 고국 무대라 더욱 떨려요."

지난 8일 파리에서 열린 롱 티보 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동혁(17)군이 오는 1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에 출연하기 위해 내한, 기자들과 만났다.

"당분간 공부와 연습에 전념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2005년에 열리는 쇼팽콩쿠르에는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쇼팽을 좋아하거든요."

1m73㎝.46㎏의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차이코프스키.라흐마니노프.쇼팽 등 스태미너가 필요한 작품에서도 눈부신 타건력(打鍵力)을 보여 친구들 사이에서 '46의 파워'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낭만적이고 드라마틱한 작품이 좋아요. 연주 직전 초콜릿을 든든히 먹어두고 정신력으로 버티는 편입니다. 하루 7~8시간 건반 앞에 앉아 있는 만큼 특별한 취미는 없어요. 집에 있는 노래방 기기로 스트레스를 풀죠."

서울에서 태어나 열살 때 아버지 임홍택(삼성물산 건설부문 모스크바지점장)씨 등 가족과 함께 모스크바로 이주한 임군은 모스크바 중앙음악학교를 거쳐 모스크바 음악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스타니슬라브 부닌 등의 거장을 배출해낸 명교수 레흐 나우모프를 사사하고 있다.

"앞으론 언젠가 지휘도 해보고 싶어요.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입니다. 1999년 일본에서 열린 마스터클라스에서 처음 만났지요. 그분의 소개로 EMI 레이블로 데뷔 음반도 녹음했습니다. 다른 연주자보다 템포가 빠르게 연주하는 것도 저랑 닮았어요."

지난해 하마마쓰(濱松) 국제콩쿠르 2위에 입상하기도 한 임군은 이번 신년음악회에서 김홍재씨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와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지난 9월 KBS교향악단의 진주.부산 공연에서 키타옌코의 지휘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제2번을 연주했지만 서울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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