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건재' 비디오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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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에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테러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의 새로운 비디오 화면이 공개됐다. 미국의 대대적인 추적작전에도 불구하고 빈 라덴의 소재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사망설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번 비디오 공개로 그가 안전한 장소에 피신해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 TV는 26일 빈 라덴의 연설장면을 담은 30여분 분량의 비디오 화면을 방송했다. 알 자지라는 정확한 촬영 장소와 시점을 밝히지 않았지만 빈 라덴은 "미국에 대한 9.11 테러가 있은 지 3개월 후" "두달 전에 이슬람에 대한 사악한 공격이 시작됐다"는 등 촬영시점을 추정할 수 있게 하는 말을 했다.

그는 또 "며칠 전 미군은 호스트(아프가니스탄 동부지역 지명)의 탈레반 기지를 폭격한다면서 사원을 폭격했다"며 "실수로 인한 오폭이란 주장은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중부군 사령부가 호스트의 이슬람 사원을 폭격한 것은 지난달 16일이다.

따라서 이 비디오는 최소한 11월 하순 이후에 촬영된 것이며 "9.11테러 3개월 후" "두달 전 공격 시작"등의 말로 미뤄 12월 10일 무렵 녹화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적어도 2주 전까지는 빈 라덴이 살아 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화면에 등장한 빈 라덴은 전에 공개된 비디오에서와 같이 녹색 군복 차림에 옆에는 AK-47 소총을 세워놓고 있었다.그는 9.11 테러를 "축복받은 테러"로 표현하면서 "미국을 향한 우리의 테러는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를 중단시킴으로써 억압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층 곤혹스러워졌다. 미국이 빈 라덴의 소재는 물론 생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 라덴이 스스로 비디오를 공개했다면 이는 미국을 '농락'하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반(反)탈레반군은 지난 주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최후 거점인 토라보라 산악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미로처럼 얽힌 수많은 동굴기지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당연히 빈 라덴의 행방과 생사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파키스탄 탈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자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면서 그의 사망설을 내놓았다. 그러나 알 자지라측이 비디오 입수경위에 대해 "며칠 전 파키스탄으로부터 항공편으로 받았다"고 밝힌 것이 사실이라면 빈 라덴은 파키스탄에 잠입했거나 국경 부근의 안전한 장소에 숨어 있다는 관측이 유력해진다.

예영준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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