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여 이제 권리를 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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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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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유 직업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많은 수가 근로자 인정을 못받는 비공식부문 노동자로 밀려나고 있다.

현실에서 이들 비공식 노동자인 프리랜서는 장시간 노동과 적은 보수.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야 한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나서, 혹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가능한 것이 바로 이런 비공식 분야의 일들이기 때문에 대다수가 여성이다.

최근 서울여성노조(02-365-6594)는 '프리랜서는 없다'는 비공식 부문 여성노동자의 권리 찾기 가이드북을 펴냈다.

노조측은 "사무직 여성이 해고 후 가내 워드 입력자로 전락하는 등의 사태가 생기고 있다. 이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해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노조가 정의한 비공식 부문 노동자는 ▶형식적으로는 독립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종속관계▶실적에 따른 보수 결정▶소득기회의 불규칙▶공식 부문에 의한 착취▶법과 제도의 혜택에서 소외▶높은 노동 강도 등이 특징이다.

특히 근로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법.최저임금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법 등 노동법이나 사회보험법을 적용받지 못한다.'비정규직'은 이런 법률의 구제를 받을 수 있어 형편이 낫다.

결국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은 민법 등에 호소할 수 밖에 없다. 다음은 이 가이드북에서 제시한 권리 찾기 방법의 일부다.

◇ 납품 대금 체불.일방적인 보수 삭감 때=구두 계약도 효력이 있으므로 소액 재판으로 돈을 받아낼 수 있다.

전화를 하거나 만나 애초에 얼마의 임금을 주기로 했으며 돈을 언제 줄 건지에 대한 얘기를 하게 해 녹음한다. 그리고 그 녹취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증명 우편을 작성해 청구서를 보내는 방법이다.

녹취록 등을 입증 자료로 하면 소액심판 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 변호사 선임 없이도 할 수 있고 비용도 별로 안든다.

◇ 저작권 침해.미수금 발생 때=최근 벤처기업들은 저작권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불법 소프트웨어 복제 및 저작에 관한 책임을 전가하는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에 대비해 처음 계약을 할 때 회사의 지시사항과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은 회사에 있다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방문판매 사원의 경우 미수금을 자신이 갚는다는 각서를 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미수금이란 대부분 배달이 안됐거나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생기는 것이므로 이런 내용의 각서는 애초에 동의하지 말아야 한다.

◇ 업무상 질병이 염려될 때=좁은 생활공간에서 먼지를 마시면서 일해야 하는 봉제원이나 가내 하청업 종사자들은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또 컴퓨터 작업자들의 경우 VDT 증후군이나 어깨.허리 결림으로 고생하기 쉽다.

이런 경우 자기 자신이 건강을 챙기는 수 밖에 없다. 창문에 환풍기를 설치하고 마스크를 쓰고 일하며 먼지가 날리는 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컴퓨터 작업자들은 바른 자세와 규칙적인 휴식시간을 가져서 질병을 예방해야 한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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