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통합 백지화…청와대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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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건강보험 재정 통합을 전면 백지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청와대 관계자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태복(李泰馥)복지노동수석은 25일 "시행(내년 1월 1일)을 겨우 일주일 앞두고 이런 일이 생겨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일부가 통합됐고, 통합 작업에 1천억원이 투입된 상태에서 번복하면 더 큰 혼란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에 따라 예정대로 통합 작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게 李수석의 설명이다. 그는 "여야가 합의해 국회에서 처리한 법이 통합하도록 돼 있는데 정부가 법을 어길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관련 시행령 제정 등 예정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입장을 바꾸길 기대한다. 李수석은 "상임위를 통과했을 뿐이다. 아직 법사위와 본회의 처리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내부에 통합 찬성 의견이 있고, 자민련의 동조 여부도 유보적이라고 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진행 과정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유선호(柳宣浩)정무수석은 "아직 거부권 행사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李수석도 "지금으로선 국회 처리 절차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통합을 金대통령의 개혁 정책의 주요한 성과로 꼽고 있는데다 이미 상당한 자금을 투입한 상태여서 더 큰 혼란을 피하기 위해선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어차피 통합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미 통합 작업에 들어간 지금 강행하는 것이 통합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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