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게이트 로비 주역 김재환 검거에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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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진승현(陳承鉉)씨의 정치권 로비의혹에 대한 본격수사를 앞둔 검찰이 현재 잠적 중인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를 검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金씨는 지난해 7월 말 당시 국정원 2차장이었던 김은성(金銀星)씨 소개로 陳씨 회사에 영입된 이후 지난해 12월 陳씨가 검찰에 구속되기까지 陳씨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를 전담했던 인물이다.

陳씨 구명로비와 관련, 금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과 그들이 陳씨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 바로 金씨인 셈이다.

검찰이 陳씨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도 지난해 수사팀이 金씨가 사용한 12억5천만원의 행방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던 데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따라서 金씨의 신병을 확보해야 陳씨의 정치권 로비의혹과 지난 24일 구속된 金전차장의 陳씨 비호 혐의를 추가로 밝혀낼 수 있는 상황이다.

金씨는 이미 지난해 검찰수사에서 민주당 김방림(金芳林)의원에게 5천만원을, 정성홍(丁聖弘)전 국정원 경제과장에게 4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미 丁전과장 부분은 검찰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선 金씨가 지난해 로비 내역을 담은 메모를 작성해 보관 중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金전차장과 丁전과장의 金씨 폭행이 金씨가 보관 중인 로비내역 메모를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소문마저 나돌아 金씨가 메모를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이 최근 "수사가 진행될수록 金씨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陳씨의 로비 내역이 담긴 리스트든 金씨가 작성한 메모든, 확보만 되면 즉시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金씨는 그러나 검찰이 현상수배를 하면서까지 추적을 좁혀오자 최근엔 가족과의 연락마저 끊은 채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金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했으나 金씨의 소재파악에 도움이 될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에 따라 金씨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점을 고려해 교회나 기도원 등에 숨어 있거나 지난해 陳씨처럼 서울 시내 한복판의 외국인 전용 아파트 등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거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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