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교육문화관' 운영권 놓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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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구비(區費)로 지었으니 운영도 우리가…."(성동구청)

"학교 안에 있는데 무슨 소리."(금호초등학교)

서울 성동구 금호초등학교 내에 내년 초 문을 열 예정인 주민복합문화센터인 '열린 금호교육문화관'의 운영권을 놓고 구청과 학교측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교내 주민복합문화센터란 학생의 수업에 활용하고, 지역 주민들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 안에 짓는 문화시설이다. 전국에서 최초로 금호초등학교에 건립되는 것이다.

학교측은 교내에 지은 건물인 만큼 학교측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성동구는 구비로 지은 부분에 대해선 학교측이 왈가왈부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와 학교간 협력사업이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 문화관 건립 과정.규모='열린 금호교육문화관'은 성동구청장과 금호초등학교장이 1997년 협약을 맺고 다음해 착공됐다. 협약엔 운영권에 대한 언급이 없다.

지상 6층.지하 3층 규모로 지상층엔 교실이, 1층 일부와 지하층엔 체육관.수영장.주차장.문화센터 등이 들어선다. 교실동은 교육청이, 나머지 시설은 구가 건축비를 부담했다.

◇ 금호초등학교 입장=학교측은 '교내 시설 이용시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관련 조례 규정을 들어 시설 이용시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구청측 주장에 분개하고 있다. 구청장과 학교장간 협약에 따라 시설물은 완공 후 교육청에 기부토록 돼 있어 학교장이 당연히 사용 허가권을 가진다는 논리다.

유관주 교장은 "학생들이 지난 4년간 먼지나는 공사장 가까이에서 공부하며 고생했는데 개관 후엔 혜택이 전혀 없다"며 "적어도 체육관은 교실의 연장선인 만큼 학생들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교장은 또 "구청이 체육관에서 낮시간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육강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청이 돈벌이에 급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성동구 입장=학교 안에 위치해 있지만 건물 공사비를 구비로 부담한 만큼 운영권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학교측이 근거로 내세우는 조례는 협약 체결 후인 99년에 제정된 것"이라며 학교측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다만 체육관은 낮시간에 학생들만 쓸 수 있도록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학교와 구청간 사업이 앞으로는 활발할 것으로 보여 이번 결정이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논란을 막기 위해선 사전 협약을 꼼꼼하게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부모들은 구청이 주변 교통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입한 주차장(1백63면)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金모(36)씨는 "인근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학교 앞 길이 하루종일 차량으로 붐빈다"며 "아직 인도조차 마련되지 않은 터라 주차장이 개장되면 아이들은 더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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