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언론 탓 돌린 나이키 미사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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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엉터리 같은 언론이 하늘이 뚫렸다며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서 보도하고…."

김동신(金東信)국방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국방부 청사 복도에서 마주친 일부 언론사 기자에게 이같이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나이키 허큘리스 대공(對空)미사일의 발사율이 8~30%로 낮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쌓인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金장관의 불만은 "국방부에는 기자실이 필요 없고 기자들이 없어도 된다"고까지 이어졌다. 나이키 미사일의 문제점은 1백발 중 8발만 제대로 발사된다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분석 내용을 강삼재 의원(한나라당)이 공개해 기사화된 것이다.

국방부는 이 과정에서 "ADD 분석은 극한상황에서 시험한 결과이고 실제로는 30%선"이라고 해명했다.그러다 지난 24일엔 "1994년부터 99년까지 실제 사격한 16발 가운데 15발이 정상적으로 발사돼 성공률이 9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무기란 온도를 따지지 않고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해명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게다가 한번은 성공률이 30%라고 했다가 며칠 뒤에는 90%라고 한다면 이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수백기 중에 가장 상태가 양호한 것만 골라 시험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58년 개발된 나이키 미사일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모르는 군 관계자는 없다. 이는 98, 99년 같은 오발사고가 잘 대변해준다.

때문에 이번 기사는 성공률이 낮다는 군의 권위있는 기관의 통계가 나와 작성된 것이다.사정이 이렇다면 국방을 책임진 장관으로선 이런 언급을 해주길 속으로 기대했다.

"나이키 미사일이 문제다. 그러나 다른 미사일과 대공포,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로 중첩 방어체계가 서 있어 국민은 안심해도 된다.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할 차기대공미사일(SAM-X)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민의 협조를 바란다"고-.

그러나 金장관은 언론에 화풀이부터 먼저 한 것이다. 물론 이 기사로 인해 상부로부터 지적을 받아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나, 사태의 핵심과 전말을 먼저 꿰뚫어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무진의 어설픈 해명,장관의 화풀이로는 나이키 미사일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

김민석 통일외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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