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로 단속 카메라 무사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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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CD 몇장으로 교통단속 카메라 무사통과'.

요즘 택시 운전기사들의 적잖은 관심을 끌고 있는 촬영단속 방지책이다.

CD를 운전석.조수석 앞 대시보드 위에 한장씩, 또 실내 백미러 뒷면에 전방을 향하도록 한두장 붙여놓는 것. 그러면 CD에서 나오는 빛의 산란작용으로 무인카메라에 찍혀도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는다는 그럴싸한 주장이다.

이런 얘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서울시내 일부 기사식당 부근에선 아예 CD 서너장을 한 세트로 2천원씩에 파는 노점상도 등장했다.

D운수 朴모(43)씨는 "전에는 이동카메라에 한달에 두건 정도 적발돼 기껏 벌은 수입에 타격을 받았지만 CD를 단 뒤에는 석달 동안 한번도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CD가 그런 효능을 발휘하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를 믿는 운전기사들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주 화양동 기사식당 앞 노점상에서 CD세트를 샀다는 A운수 金모(39)씨는 "일부 경찰이 불법부착물로 단속을 해 평소엔 떼어놓고 있다가 단속이 많은 곳에서만 붙인다"고 말했다.

경찰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 강남경찰서의 한 교통경찰관은 "다른 차의 운전을 방해하는 것 외엔 아무 효과도 없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일축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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