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끔찍한 뉴스 딛고 희망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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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11 테러와 전쟁, 세계 경제의 동반 불황 등 그 어느 해보다 우울한 연말 분위기 속에 지구촌은 21세기 첫 성탄절을 맞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4일 자정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성탄미사에서 전쟁과 사회적 긴장, 고난으로 점철된 현실을 개탄하고 빛과 희망의 해결책을 기원했다.

교황은 "끔찍한 뉴스 제목들을 볼 때 빛과 희망의 말이 꿈 속의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면서 "우리 마음을 안심시킬 수 있는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경찰은 교황청과 성베드로 광장이 테러범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교황청을 찾은 신자들의 가방과 지갑을 일일이 조사하는 등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9.11 참사를 겪었던 미국 뉴욕 시민들의 무거운 표정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된 거리 풍경과 대조를 이뤘다. 교회와 성당들은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특별 추모기도로 성탄 예배와 미사를 시작했다.

테러 공격으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현장에선 성탄 연휴 기간에도 구조대원들의 희생자 시신 발굴작업이 계속됐다. 록펠러센터 앞 크리스마스 광장과 타임스퀘어 등 중심가 몇군데를 빼면 대부분의 거리가 매우 한산했다.

○…누적된 국가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경제가 붕괴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24일 자정 성탄절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하지만 예년과 같은 떠들썩한 축제 행사는 사라졌고 백화점의 선물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선 5년간에 걸친 탈레반 집권기간 중 금지됐던 크리스마스 트리가 다시 등장했다.

각지의 초등학교와 난민촌 어린이들은 해외 원조기관이 보내온 각종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들고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베들레헴 미사 참석은 끝내 좌절됐다. 아라파트 수반은 아기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이 팔레스타인 자치령이 된 1995년 이후 해마다 성(聖)카타리나 교회의 자정미사에 참석해 왔으나 올해는 이스라엘 당국이 그의 참석을 막았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부에노스아이레스=주정완 순회특파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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