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미국타운'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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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의 노른자위 땅에 미국 기업과 상품의 중국 시장 진출을 전방위로 지원할 '미국 타운(美國城)'이 조성된다.

미국이 자국 기업과 기업인들을 위해 중국 내에 상품 전시.교역.기술교류.금융.물류 서비스 지원기능은 물론 쇼핑센터.호텔.학교.병원까지 갖춘 대규모 집단 시설을 짓기는 처음이다.

이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더욱 넓어진 13억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선 미국 기업을 파격적으로 지원해 무역불균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근호에 따르면 미국의 ATEC공사는 지난 10월 상하이 와이가오차오(外高橋) 보세구 개발주식회사와 토지매매계약을 했다.

ATEC는 4천만달러를 들여 푸둥 신취(新區)의 와이가오차오 보세구 안에 12만㎡(약 3만6천평)의 토지를 구입, 1단계로 내년 5월 미국상품전시교역센터(APEEC)를 완공키로 했다.

이어 단계적으로 모두 3억6천만달러(약 4천억원)를 들여 쇼핑센터.호텔.학교.병원 등을 갖춘 '미국 타운'을 완성할 계획이다.

APEEC에는 미국 상품과 기술의 교류를 지원하는 시설 외에 무역.금융.IT.물류 등 주제별 시설물이 들어선다.

'무료 중개와 전방위 서비스'를 모토로 자금 지원.자재 구매.물물 교환.해외 판촉 등도 연중 무휴로 지원하게 된다.

ATEC측은 '미국 타운'의 최적지를 찾기 위해 지난 8년간 다롄(大連).칭다오(靑島).닝보(寧波).푸저우(福州).샤먼(廈門).장자강(張家港) 등 연해 도시들을 대상으로 장단점을 따져본 뒤 상하이 푸둥을 최종 낙점했다.

발전한 연해도시와 낙후된 서부내륙을 연결하는 상하이가 중국 진출에 가장 유리한 전략적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측이 중국 영토 안에 '미국 타운'을 짓는 이유는 자체 시장개척 능력이 있는 대기업을 뺀 나머지 중소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 물품이 중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시아 총대리점.중국 내 총대리점.각 성과 시의 대리점을 두루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중개 비용이 지출됐고 이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미국 타운이 들어서면 인텔.FedEx.휼렛패커드.IBM 등 자체 시장개척 능력이 있는 대기업을 제외한 미국의 중소기업들이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ATEC의 왕제썬(王杰森) 부총재는 "미국의 중소기업은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그동안 중국과의 거래는 극히 제한적이었다"면서 "미국 타운을 통해 미국 상품들이 중국 시장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타운'은 또 미국 중소기업들이 안전하게 중국대륙에 투자하고 생산시설을 옮기는 중간 교두보 역할도 충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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