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영등포 '홈플러스' 이불씨 등 작품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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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서울 지하철 2호선 문래역 앞 도로에 최근 참신한 조각 세점이 들어섰다. 대형 할인매장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설치한 환경조형물이다. 작가는 이불.구본주.박성태씨 등 30,40대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세명.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자인 이불의 '사이보그'는 생명체와 테크놀러지의 역설적인 결합을 이야기하는 작품. 기괴한 외형에 화려한 날개와 진주빛 표면처리가 어우러져 낭만성과 기술성이 어우러진 느낌을 준다.

모란미술작가상 수상자인 박성태의'천지인'은 스테인리스 구조물 아래위에 역동적인 인물상 두점이 자리잡은 형상. 불변성과 가변성이 힘있는 구조로 다가온다.

MBC미술대전 우수상 수상자인 구본주의 '세기를 위한 기념비'는 길다란 스테인리스 아치를 따라 곡예하듯 질주하는 인물을 보여준다. 롤러보드를 타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듯한 양복을 입은 형상이 강렬한 긴장감과 동세(動勢)를 보여준다.

작품설치를 맡은 가나아트 갤러리 공공미술팀측은 "이들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예술성뿐 아니라 사전에 작품과 건물의 조화를 배려한 계획성 덕분이기도 하다"고 밝히고 있다.

홈플러스 체인점은 건물 설계 당시부터 작품을 위한 공간을 미리 배려하고 작품 시안이 결정되면 조경과 바닥패턴.조명 등을 이에 맞추는 것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이는 자리가 옹색하고 건물과 어울리지도 않는 공공조형물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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