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다세대주택 공급 많아져 새해엔 전세난 한풀 꺾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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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내년에도 올해 같은 전세 대란이 일어날까. 많은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작다고 말한다. 올해보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고 올해 공사에 들어간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내년 초부터 일제히 완공되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난이 일 것으로 보이지만 '대란'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심각한 전세 파동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저밀도지구 재건축이 동시다발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월세 이율이 떨어지면서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 것 등이 그 이유다.

◇ 내년 전세대란은 기우(杞憂)?=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 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2만8천여가구로 올해보다 2만3천여가구 많을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은 12만3천여가구로 역시 올해보다 2만1천여가구 늘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다 올해 공사에 들어간 다세대.다가구주택 2만8천여가구(건설교통부 자료)도 내년 초 완공하기 때문에 공급부족에 따른 전세난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지역은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4만7천여가구로 올해보다 8천8백여가구 적을 것으로 추산돼 아파트 전세난이 우려된다. 하지만 서울에선 내년 초 6천7백여가구의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입주할 예정이어서 새 아파트 전세난을 일부 덜어 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서울시가 내년에 5개 저밀도 지구에 사업승인을 내주면 하반기부터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면서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많다.

그러나 정부가 전세난을 우려해 사업승인 심의를 엄격히 할 경우 저밀도지구 중 한두 개 단지 정도만 이주할 가능성이 크다.

저밀도지구는 대부분 10~19평형으로 이뤄져 있어 전셋값이 3천만~1억원선이고 거주자의 70~80%가 세입자다.

따라서 주변의 아파트보다 다세대.다가구주택으로 옮기거나 전셋값이 비슷한 수도권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세시장 충격은 덜 할 것 같다.

하나컨설팅 백준 대표는 "이 돈으로 강남에서 아파트를 구하기 어려워 서울 강북이나 수원.고양.파주.김포.하남 등 경기도로 이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월세 이율 내려가면 전세난 해소에 도움=올해 전세대란의 주요 원인으로 급격한 월세 전환을 꼽을 수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꿈으로써 그만큼 전세 물량이 줄어들었다.

월세 이율이 높아 세입자로서는 월세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전셋값을 올려줘야 했고, 전셋값은 폭등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월세 이율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다시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SK선경공인중개사무소 박노장 사장은 "상반기와 달리 최근 들어 전세 물건에 여유가 있고 월셋집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어 월세 10건 중 5~6건은 한 두 달 후 다시 전세로 돌려 내놓는다"고 말했다.

성종수.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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