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힐러리 한의 협주곡 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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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미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22)은 적어도 한국에선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열살 때 커티스 음대에 입학한 후 1991년 데이비드 진먼 지휘의 볼티모어 심포니와의 협연으로 공식 데뷔한 그는 데뷔 당시부터 장영주(21)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장영주는 여덟살 때 뉴욕필과의 협연으로 데뷔한 후 이듬해 낸 첫 앨범을 포함해 모두 10장의 CD를 발표했다.

이에 반해 힐러리 한은 16세 때 IMG와 전속계약을 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에서 첫 음반을 냈다. 요즘은 연간 80~1백회의 공연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바흐의 무반주곡을 담은 데뷔 음반을 제외하면 모두 협주곡 일색인 데다 스탠더드 레퍼토리와 현대곡을 적절히 안배하면서 탄탄한 음악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베토벤과 번스타인, 바버와 마이어스에 이어 이번에 브람스와 스트라빈스키를 내놓았고, 내년엔 멘델스존과 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을 낼 계획이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는 힐러리 한이 네빌 마리너가 지휘하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스와 녹음한 브람스.스트라빈스키 협주곡은 번지르르한 윤기나 화려한 기교의 군더더기의 그늘에 가려지기 쉬운 담백한 맛을 추구한다. 몰아붙이는 박진감 대신 차분하고 명쾌한 음색으로 고결한 느낌마저 자아내는 연주다.

바흐의'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의 영향이 느껴지는 스트라빈스키의 협주곡은 그의 신고전주의 정신을 잘 말해준다.

조지 밸러친이 이 곡으로 발레를 안무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경쾌한 리듬과 활기가 넘치는 곡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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