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론반대 김홍신의원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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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건강보험법 개정안(沈在哲의원 대표 발의)은 현 정부 의료개혁의 핵심인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재정통합문제는 찬반 논쟁이 십수년째 계속되고 있고 계층.집단별로 이해가 극명히 엇갈려 사회적으로 폭발력이 크다. 이날 재정분리안은 10여분 만에 일사천리로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의 벽을 넘어설지는 장담하기가 일러 뜨거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 한나라당 왜 밀어붙였나=한나라당이 복지위 소속인 김홍신(金洪信)의원을 다른 의원으로 강제로 바꿔가면서까지 강행처리에 나선 것은 근본적으로 내년 선거를 앞두고 건보통합에 반대해온 한국노총 쪽의 표심(票心)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내년부터 재정통합이 시행될 경우 다시 이를 뒤집기는 훨씬 어렵다고 보고 사전에 제동을 걸어놓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날 민주당 김태홍(金泰弘)의원이 "야당이 정치논리로 의료정책을 망쳐놓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복지부.건강보험공단이 모두 내년부터 바로 재정통합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인정하는데도 민주당만 고집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초 민주당도 3~4년 통합 유예안을 준비했지만 김홍신 의원이 분리반대를 주장하며 계속 버티자 민주당이 고자세로 돌변했다"면서 민주당의 버티기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나라당은 지난번 교원정년 연장안 강행처리 때와 같은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김홍신 의원은 "이런 식으로 어떻게 정권을 잡겠다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다.이에 대해 한나라당 복지위 간사인 윤여준(尹汝雋)의원은 "의원 한명 때문에 당 전체가 이끌려 갈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 재정분리안 앞으로 어떻게 되나=한나라당은 재정분리안을 27일 예정된 본회의에서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내에서도 김홍신 의원처럼 재정통합에 찬성하는 의원이 일부 있는 데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자민련도 "좀더 생각해 보겠다"(金學元총무)며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앞으로 남은 법사위.본회의 심의과정에서 민주당과 협상을 다시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법사위나 본회의에서 최선을 다해 막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홍신의원의 의원회관 농성장엔 민주당 이미경.이재정의원 등이 격려 방문했다.

김정하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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