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길병원 병실서 'X-mas 축제'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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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탄절을 축복이라도 하는 듯 인천에 함박눈이 내린 24일 오후.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인천시 중구 용동 가천의대 동인천 길병원(원장 이수찬 ·41)에서는 이날 캐롤송이 병실 곳곳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X-mas 축제’가 열렸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병실에서 맞는 환자들의 우울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하경식(신경과 ·39),고필준(이비인후과 ·35),신주호(치과 ·30)씨 등 이 병원 의사들이 산타클로스로 변신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李원장과 함께 병실 곳곳을 돌며 2백여명의 환자들에게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작은 선물들을 전달하며 성탄의 기쁨을 같이 나누었다.

병실에서 쵸콜렛 ·스타킹 ·양말 등을 선물로 받은 환자들의 얼굴엔 모처럼 웃음으로 가득했다.

한달전 수술을 받고 입원중인 홍희유(81)할머니는 “평소에 의사들이 정성껏 치료해 주는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마음까지 치료해 주니 병이 더 빨리 나을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세사람의 의사들은 “장기간 입원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환자들에게 주사와 약이 아닌 작은 선물을 전하며 기쁨을 함께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물 전달이 끝난후 환자와 의사 ·직원 등은 병원로비에 모여 캐롤송을 함께 부르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동인천 길병원측은 20년동안 퇴행성관절염을 앓아온 독거노인 홍진희(서울시 송파구 ·71)할머니에게 무료로 무릎 수술을 해주기도 해 훈훈한 인정을 느끼게 했다.

한편 李원장은 지난 1998년부터 지금까지 3년이 넘도록 자신이 수술한 환자들과 매달 1천2백여통에 이르는 사랑의 편지를 주고 받아 평소 환자들로부터 ‘마음이 따뜻한 의사’로 불리우고 있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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