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6] 허정무 “오늘 그리스-북한전 보며 맞춤 전술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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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지훈련지로 향하는 발걸음은 상쾌했다. 남아공 월드컵 출정식을 겸했던 에콰도르전(16일)에서 2-0 완승한 데 이어, 일본과의 원정경기도 2-0 승리로 장식했다. 일본으로부터 “한국이 사상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는 부러움도 받았다.

허정무팀은 25일 일본을 떠나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독일 뮌헨을 경유해 26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 도착한다. 허정무 감독은 남아공과의 시차가 없고, 해발 고도 1200m 고지대인 전훈지에서 ‘원정 16강 시나리오’를 완성하겠다는 계산을 세웠다. 열흘간의 전훈을 통해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벨라루스(5월 30일 쿠프스타인)·스페인(6월 4일 인스브루크)과의 평가전을 통해 마지막 점검을 할 계획이다.

◆수비전술 초점은 ‘그리스를 잡아라’=허 감독은 일본전 승리 후에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한·일전의 긴장감 속에서도 플레이를 잘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과를 이루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첫 상대인 그리스를 떠올리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일본전에서 허 감독은 이정수(1m84㎝)·곽태휘(1m85㎝)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다. 허정무호 수비수 중 가장 많은 30경기에 나섰던 조용형(1m82㎝)은 벤치를 지켰다.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1m92㎝)·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1m91㎝) 등 그리스의 장신 공격수를 상대하기에는 제공권이 좋은 이정수-곽태휘 조합이 낫다는 판단에서 실시한 실험이었다. 허 감독은 “두 명의 조합을 예전부터 구상했는데 일본전에서 잘해줬다. 미숙한 부분도 있었지만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른쪽 수비수에 몸싸움이 강한 차두리를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스전 맞춤형 수비 포메이션을 찾는 작업은 오스트리아 전훈의 주요 테마가 될 전망이다.

◆고지대 적응보다 경쟁국 분석=정해성 코치는 24일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25일 오후 바텐스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사우디아라비아 평가전을 관전하기 위해서다. 허 감독도 선수단보다 일찍 오스트리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26일 오전 알타흐에서 치러지는 그리스-북한전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허 감독은 “그리스가 북한을 상대로 어떤 플레이를 펼치는지 살펴볼 것이다.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의 전력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국보다 늦게 대표팀을 소집해 이제야 첫 평가전을 치렀다. 두 팀의 장단점을 이른 시간 안에 파악해야 하는 과제가 코칭스태프에게 주어졌다.

고지대 적응에 대해서는 큰 걱정이 없다. 한국은 조별예선 중 한 경기(아르헨티나전·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해발 고도1700m)만을 고지대에서 치른다. 이미 지난 1월 남아공 전훈을 통해 고지대에 익숙해지기도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경험했던 김호 전 대표팀 감독은 “고지대 적응에 대한 준비는 많이 해온 것 같다. 이제는 상대국의 전술을 분석하고, 한국의 조직력·세트피스·압박 타이밍 등을 점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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